"곤 회장 '높은 실적목표 경영'이 부정유발 압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닛산자동차 일본공장이 품질관리 체제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국제기준인 'ISO 규격' 인증을 취소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차량 출고 전 완성검사를 무자격자들이 하다가 적발된 여파다.
ISO규격은 세계전체에서 동일한 품질의 제품이 제조되도록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정한다. 제품을 대상으로 한 규격과 조직의 품질관리 절차에 대한 규격도 있다.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ISO규격 위탁 인증기관인 일본가스기기검사협회는 닛산자동차의 차량조립 6개 공장의 일본출하용 생산체제를 현장실사하고 기존에 내줬던 인증을 10월 31일 부로 취소했다.
ISO규격이 요구하는 '품질의 유지향상이 적절하게 될 수 있는 체제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해외분에 대해서는 해외의 규격을 위반했는지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 취소하지 않았다.
또 닛산에서는 ISO의 인증기관 심사 등에 대해 부정은폐를 한 일도 발각됐다. 한 인증기관의 관계자는 "(닛산이 정부에 낼 자체조사) 보고서에 조사에 대한 부정이 명확하게 되면 추가조사나 수출분에 대한 인증취소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닛산 측은 "취소는 대단히 유감이다. 판매나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증 재취득을 위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산의 사내 조사팀이 국토교통성에 제출할 보고서에서 무자격 검사 사태의 근본원인으로 "제조현장에서의 비용 삭감 압력"을 거론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공장에서는 사내 매뉴얼을 중시하기는 했지만 법령 등 규칙을 가볍게 보는 경향도 있었다. 이에 따라 부정을 방치해 온 카를로스 곤 회장 등 경영진의 감독책임 등이 보고서에 담길 수 있다.
일본 내 공장 간 생산성 경쟁도 지적됐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공장은 생산차종을 해외공장에 빼앗길 것이란 압박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고자 검사원 시험부정 등이 퍼졌다는 것이다.
무자격 검사가 곤 회장이 사장을 맡았던 2000년에서 2017년 봄 사이에도 계속됐기 때문에 국토교통성은 곤 회장에게도 사정을 듣도록 닛산에 요구, 곤 회장이 사내조사팀 조사에 응했다.
곤 회장은 조사에서 장기간 지속된 무자격자 완성검사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하고 경영진의지시나 조직적 관여도 부정했다.
그런데 국토교통성은 무자격 검사 만이 아니라 사내감사 등에서 부정을 적발하지 못한 닛산본사의 관리체제도 문제시한다. 따라서 곤 회장 등 경영진의 책임에 대해서도 설명을 요구할 분위기다.
국토교통성은 또 부정의 원인 규명이나 재발방지책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닛산 측에 보고서를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1999년 프랑스 르노에서 최고집행책임자(COO)로 파견된 곤 회장은 절체절명의 닛산에서 공장폐쇄나 계열해체 등을 단행하는 대담한 구조조정으로 V자 회복을 시켰다"고 평했다.
그렇지만 "높은 수치목표를 내걸어 성장과 이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커미트먼트(commitment·공약) 경영'이 제조현장의 부정을 유발하는 압력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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