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유통·면세, 내년에도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기업이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 성장에 힘입어 안정적인 신용전망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이사는 15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한국 신용전망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주요 지역이 모두 경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국가가 특히 혜택을 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이날 오후 국내 무디스 계열사인 한국신용평가와 함께 '한국 신용전망: 신정부 정책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영향 및 대응능력'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연다.
그는 "수출이 좋아지는 것과 동시에 소비·투자 부문도 되살아나고 있어서 새로 출범한 정부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개혁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구즈만 이사는 최근 경제전망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기저효과를 대부분 반영한 상황에서도 수출 등 경제 환경이 지속적으로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3%, 2.8%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으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세계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구즈만 이사는 국내 경제의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하나의 성장 제약, 우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지만 지난 몇 년간 이 문제에 대한 문제 인식이 이어져 왔고, 관련 정책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 그 효과를 기다려볼 때"라고 말했다.
한국 금융기관을 담당하고 있는 그레이엄 노드 무디스 이사는 "경제 회복이 진행되고 있고 자본구조 변화도 긍정적"이라며 "기업 구조조정 등도 대체로 마무리되면서 부실 자산과 관련된 우려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고 평가했다.
노드 이사는 "한국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과거 '매우 낮은' 수준에서 '낮은' 수준으로 다소 올라갔으나 최종 신용전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박 무디스 홍콩 이사는 "업종별로는 전자, 철강, 정유, 화학 업종에 대해서는 대체로 우호적으로 전망하지만, 자동차와 유통 업종은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23개 한국 민간기업 가운데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POSCO[005490], GS칼텍스 4개사는 '긍정적' 등급 전망을, 이마트[139480] 1개사는 '부정적' 등급 전망을 각각 받았다.
공기업과 그 자회사 17곳의 등급 전망은 모두 '안정적'이다.
송병운 한국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입으로 자본을 빠르게 확충한 증권사들이 등장해 시장에 긍정적인 기대를 주고 있다"면서도 "자본 확대와 더불어 총위험도 증가하고 있으며 영업구조도 중소형사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면에서 실질적인 '레벨업'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건 한신평 기업평가본부장은 "자동차, 유통, 면세 업종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이슈가 해결된다고 해도 상당 기간 비우호적 환경에 처할 것"이라며 "면세업종의 경우 비용구조, 경쟁 심화 등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힘들고 유통업종도 수익성 지표가 최근 5년사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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