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한국전쟁의 기원' 등을 쓴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74)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의 또다른 한국 전쟁 책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현실문화 펴냄)이 출간됐다.
한국 현대사 연구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평가받는 커밍스 교수가 '한국전쟁의 기원'을 비롯해 그동안 자신이 펴낸 책의 내용을 압축하고 새로운 주제와 논점을 덧붙였다. 출판사측 표현에 따르면 '브루스 커밍스가 총정리한 한국전쟁의 모든 것'이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보는 자신의 시각을 이 책에서도 유지하면서 내전을 초래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힘의 기원을 일본의 식민통치 시대까지 확장한다.
"특히 불평등한 토지 보유, 한국인 중 일부는 항일 운동에 참여하고 다른 일부는 일본에 협력했던 것, 그리고 수많은 한국인이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일본의 방대한 산업화와 전시 동원 노력에 복무해야 했던 1935∼45년의 10년 동안 평범한 한국인이 겪은 경악스러운 혼란에 그 뿌리가 있다."(163쪽)
책은 또 미국에서 한국전쟁이 베트남전이나 2차 세계대전과는 달리 거의 거론되지 않는 '잊힌 전쟁'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전쟁 중 벌어진 잔혹한 학살과 광범위한 공습도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한국전쟁 중 미국이 북한에 퍼부은 공습에 관해 관심을 둔다.
미국이 당시 투하한 폭탄은 63만5천t로, 2차대전 때 태평양전쟁 구역 전체에 투하한 50만3천t의 폭탄보다 많은 규모다. 특히 북한 지역은 공습으로 '달의 표면'처럼 변했다. 북한의 22개 주요 도시 중 18개 도시는 최소한 50%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등 북한의 도시와 마을이 40∼90%까지 파괴된 것으로 추산한다.
커밍스 교수는 "당시 국방부 검열관들이 그 폭격의 끔찍한 현실을 미국 국민이 모르도록 감추었기 때문에 미국 공군의 북한 폭격은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러나 이 경험은 북한에 건설된 '유격대 국가'의 탄생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이 경험에 대해 거듭 교육받지만 미국인들은 이에 관해 거의 모른다"면서 "그런데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를 맛볼 것이라고 위협했고 매케인은 '절멸'이라는 표현을 썼다. 역사의식(혹은 예의)이 없는 정치인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는 미국에 '잊힌 전쟁'인 한국전쟁이 미국이 그 이전과는 매우 다른 나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해외에 수백 개의 상설 군사기지를 두고 국내에는 대규모 상비군을 갖춘 영원한 안보국가, 그리고 '세계의 경찰국가'가 된 계기가 바로 한국전쟁이었다는 주장이다.
책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었던 2010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미국인이 미국인을 위해 쓴 한국전쟁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한다.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전쟁, 버려진 전쟁이었다. 미국인은 그 전쟁을 장악하고 이기려 애썼지만 승리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고 전쟁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 한 가지 주된 이유는 미국인이 적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대다수 미국인이 모르고 아마도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때로는 미국인이 자긍심을 해칠 만큼 충격적인 실상을 밝히려 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민주화되고 역사 인식의 수준이 높은 남한에서 그 진실은 평범한 지식이 되었다."
조행복 옮김. 416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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