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 세계 최초로 사람 몸속에서 '유전자 편집' 시술

입력 2017-11-15 17:06   수정 2017-11-15 21:44

미국 연구진, 세계 최초로 사람 몸속에서 '유전자 편집' 시술

대사증후군 미 40대 남성 대상으로 특정 유전자 찾아내 편집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인체 내에서 특정 유전자를 찾아 자르고 붙이는 '유전자 편집' 시술이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이뤄졌다고 A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브라이언 머도(44)라는 남성은 지난 13일 수십억 개의 복제된 교정 유전자와 자신의 체내에 있는 DNA를 잘라내기 위한 유전자 도구를 주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헌터 증후군'이라는 대사질환을 앓고 있는 머도는 이 시술의 첫 번째 대상자이다.

시술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지 징후는 한 달 후에 나타나며, 확실한 결과는 석 달 후 검사를 통해 최종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유전자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 계기가 될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크리스퍼'(CRISPR)라고 불리는 유전자 편집은 많은 관심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됐지만, 지금까지는 체내가 아닌 연구실에서만 이뤄졌다. 유전자 편집과는 관계없는 유전자 치료 연구도 다수 있었다.

기존 방식들은 암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DNA를 대체하기 위해 일종의 예비용 새 유전자를 투입하는 수준이었고, 효과가 지속되지는 않았다.

반면 '땜질식'으로 진행된 이번 시술은 원하는 곳을 정확히 찾아 새 유전자를 투입하는 방식이다.

시술을 진행한 생명공학기업인 '상거모'의 샌디 매크래 박사는 "짜깁기 방식"이라며 "DNA를 잘라 열어서 유전자를 넣고 다시 봉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스크립스 중개과학연구소의 에릭 토플 박사는 "대자연을 갖고 노는 것이며 그 위험성이 완전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불치병을 고려할 때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대사질환 환자는 1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는 매우 어린 나이에 숨지기도 한다.

머도가 앓는 헌터 증후군은 특정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생기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그는 그동안 눈과 귀, 담낭 등에 총 26차례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기관지염과 폐렴으로 죽다 살아나는 등 고통받아 왔다.

유전자 치료에서 끊이지 않았던 논란은 안전 문제였다.

기존 시술은 바이러스가 면역체계를 공격하거나, 새로 투입된 유전자가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등의 문제가 실제로 발생했다.

이와 관련, 스탠퍼드대 생명윤리학자인 행크 그릴리 교수는 "무작위로 DNA 덩어리를 붙이면 효과가 있을 때도 있지만, 효과가 없거나 해를 끼칠 수도 있다"며 "유전자 편집의 장점은 유전자를 원하는 위치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장이나 난자, 정자와 같은 곳에 바이러스가 들어가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번 실험은 출생 전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인간배아에서 유전자를 수정하는 논쟁적인 연구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AP는 설명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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