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북 포항에서 15일 오후 2시 29분께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국내 지진 관측 사상 두 번째 규모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지점은 포항시 북구 북쪽 9㎞, 북위 36.10도, 동경 129.37도다. 이번 지진은 깊이가 9㎞로 경주 지진(15㎞)보다 얕아 체감진동이 더 컸다고 한다. 규모 5.4 지진에 앞서 오후 2시 22분대에 인근에서 두 차례의 전진(前震)이 있었고 본진 후에도 규모 4.3에서 2.4의 여진이 이어졌다.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진원은 더 얕아 경북과 경남, 울산 등은 물론 진앙에서 300㎞ 이상 떨어진 서울에서도 건물 흔들림이 감지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특히 포항에서는 강한 진동으로 일부 건물의 벽체가 떨어져 아래에 주차된 차량 여러 대가 부서지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경주 지진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발생한 역대 2위 규모의 이번 지진으로 한반도가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수능시험을 하루 앞둔 교육부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오후 8시 20분께 긴급 브리핑을 통해 수능시험을 23일로 1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현장 긴급점검 결과 포항지역 14개 고사장 가운데 일부 고사장 벽에 금이 가는 등 안전상의 문제가 있고 경주 지진 때처럼 여진 발생 가능성도 커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나중에 "여진으로 불안해서 제대로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됐을 것 같다. 교육부가 수능 강행에서 연기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수험생의 안전이나 시험환경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했던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존 수능일에 맞춰 준비해온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연기된 탓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수능일이 연기되면 대학의 수시, 논술고사 일정도 조정되는 등 전체적인 대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능일 연기가 불가피했지만, 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또한 지진 피해지역 수험생들이 심리적인 부담 없이 시험에 임할 수 있도록 대체 시험장 마련 등 필요한 준비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
재난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10여 분 만에 정부 세종청사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김부겸 장관)을 꾸려 피해 상황 파악과 긴급조치를 위한 1단계 운영에 들어갔다. 소방청에 따르면 오후 7시 현재까지 지진으로 인한 인적 피해는 중경상자 14명으로 집계됐다. 포항지역에서 KTX 포항역사 천정 일부가 무너지고 시내 상수도관 40여곳이 파손됐으며 건물 15곳이 금이 가거나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 원전은 모두 정상가동되고, 산업현장에서도 이렇다 할 큰 피해가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크고 작은 피해가 곳곳에 있는 만큼 이재민 지원과 피해 복구에 빈틈이 없도록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강진은 10차례였다. 특히 이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은 규모가 역대 1, 2위인 데다 활성단층인 양산 단층대에서 일어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단층대는 고리, 월성 등 원자력 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이다. 1년 2개월 사이에 50㎞도 안 되는 가까운 지역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한 만큼 원전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선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신속히 하고, 다른 활성단층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앞으로 경주나 포항지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 가능성이 큰 시설부터 순서를 정해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그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특히 원전은 지진에 뒤따르는 위험성이 가장 큰 시설인 만큼 노후 원전을 중심으로 내진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재난관리 당국은 국민이 지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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