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직전까지 '수능 연기' 고심…범정부 협의 끝에 결단

입력 2017-11-15 23:56   수정 2017-11-16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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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직전까지 '수능 연기' 고심…범정부 협의 끝에 결단

시험장 피해·여진 가능성·포항 지역 수험생 불이익 등 고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교육부가 16일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한 것은 시험을 강행했다가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경북 포항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수능 시험장 등 상당수 학교가 적지 않은 피해를 본 데다 수능 당일에 여진이 발생할 경우 시험 차질은 물론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능일에 큰 여진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지진 피해가 심한 포항 지역의 경우 정상적인 시험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결정적 연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기자회견에서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과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애초 교육부는 지진 발생 직후만 해도 수능을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지만, 차츰 피해 상황이 파악되면서 입장을 바꿔 수능 연기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포항 수능시험장 14곳 가운데 포항고를 비롯해 진앙과 가까운 북부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10곳에서 시험장이나 기타 건물 벽 등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포항고가 균열이 가장 심했고 포항여고에서는 뒷담이 무너졌다. 포항여자전자고와 유성여고에서는 벽타일이 떨어지기도 했다.

예비시험장인 포항중앙고에서도 균열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정대로 시험을 치른다 해도 학생들이 불안한 심리 상태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설 파손으로 영어 듣기평가 등에서 차질이 생길 소지도 있다.

큰 사고 없이 시험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기대했던 성적을 못 받은 피해지역 학생들이 "다른 수험생들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시험을 치러 불공평했다"고 주장할 경우 소송 사태로 비화될 우려도 다분하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의 관심사이자 대학 진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능을 불과 하루 전에 연기하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철저한 보안을 필요로 하는 시험지가 이미 전국 시험지구에 배송돼 관리와 경비 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도 연기 결정을 주저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특정 지역에 한해서만 시험을 연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런 점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수능 연기 여부를 두고 교육부뿐 아니라 행정안전부, 청와대까지 범정부 차원에서 협의가 급박하게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지진 발생 사실을 보고받고, 귀국 즉시 긴급회의를 소집해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수능 연기가 언제 결정됐느냐는 질문에 "(기자회견 전) 급박하게 결정됐다"고 말한 것도 정부 안에서도 적지 않은 고민과 이견이 있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김 부총리는 사상 초유의 수능 긴급 연기 사태를 의식한 듯 "수험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내린 힘든 결정임을 이해해주시고 수험생은 정부를 믿고 일주일 동안 컨디션 조절을 잘하여 안정적인 수능 준비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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