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시가 잠재적 성범죄 위협에 노출된채 일하는 호텔 객실 청소원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 관심을 모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전날 시청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주요 노조 지도부, 지역 정치인들이 모인 가운데 호텔업계 종사자를 성희롱과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핸즈 오프 팬츠 온'(Hands Off Pants On·'손 떼고 바지 올려') 조례 발효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조례는 북미 호텔·요식업계 종사자들의 노동조합인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 로컬1(시카고 대도시권 및 인디애나 북서부 포함)이 1년 전부터 벌여온 '핸즈 오프 팬츠 온' 캠페인의 결실로, 지난 4월 발의돼 지난달 11일 시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시카고 호텔업계 고용주는 혼자 객실에 들어가 일해야 하는 직원 모두에게 '휴대용 패닉 버튼'(무선 비상벨)을 지급, 비상시 호텔 보안요원이나 관리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패닉 버튼 지급 기한은 내년 7월 1일로 명시됐다.
또 시카고 내 모든 호텔은 직원이 위협을 느끼면 일을 멈추고 객실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부여하고,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직원에 대한 보복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이런 내용이 포함된 각각의 성희롱 방지책을 만들어 내년 1월 7일 이전 공개해야 한다.
애나 발렌시아 시카고 시 서기관은 "문화를 바꾸고, 여성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호텔업계 종사자들이 용기를 내 각자의 경험담을 공개하고 나선 덕분에 모든 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례는 할리우드의 거물급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5)이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배우와 직원을 성회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인 가운데 나왔다. 와인스타인 성추문으로 촉발된 '미투(Me Too) 캠페인을 통해 수많은 여성이 소셜미디어에 성희롱 경험담을 털어놓고 있다.
하지만 사회비평가 겸 작가 바브라 에린라이크(76)는 지난주 자신의 트위터에 "안타깝게도 최근 불붙은 성희롱 담론은 특정 계층에 편향돼있다"며 여배우의 피해 사례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이 쏠려있고, 호텔 객실부 직원들에 대한 관심은 충분치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에린라이크는 저임금 직종 위장 취업 경험을 토대로 쓴 책 '노동의 배신'(Nickel and Dimed·2001)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금주 진보성향의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Slate)와의 인터뷰에서 '유나이트 히어'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시카고 호텔업계 종사자의 58%가 투숙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답을 했다"며 이들이 업무 특성상 성희롱에 취약한 현실을 설명했다.
지난 2011년 5월에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뉴욕 맨해튼의 고급 호텔에서 객실 청소원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돼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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