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의 '마약 유혈전쟁' 여론전…"트럼프가 칭찬했다"

입력 2017-11-16 11:20  

두테르테의 '마약 유혈전쟁' 여론전…"트럼프가 칭찬했다"

美 가수 미들러 "잔인한 독재자가 트럼프에 연가를 불렀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만남을 '마약과의 유혈전쟁' 옹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16일 GMA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전날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났을 때 마약과의 전쟁을 여러차례 칭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지난 12∼14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했다.





로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과 개인적인 대화를 할 때 '바른 일을 하고 있다', '올바른 방법으로 마약과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필리핀을 떠날 때 "매우 고맙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내가 그를 매우 좋아한다고 말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로케 대변인은 말했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양자회담 직후 로케 대변인은 "인권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고 백악관과 다른 설명을 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인권 문제가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잠깐 불거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유혈소탕전에 대해 우려나 비판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가수 겸 배우인 베트 미들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잔인한 독재자 두테르테가 트럼프에게 필리핀 연가를 불렀다. 블라드(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누군가 당신의 남자를 훔치려 한다"고 미국과 필리핀 정상의 '우호'를 비꼬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2일 아세안 창설 50주년 갈라 만찬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필리핀 인기가요 '당신'(Ikaw)을 가수 필리타 코랄레스와 함께 열창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펠림 카인 아시아지부 부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반인류범죄 용의자가 될 수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피투성이 손을 움켜잡았다"고 비난했다.

카인 부지부장은 이들 정상이 아세안 정상회의 때 찍은 사진을 이렇게 설명하며 필리핀의 인권실태를 외면한 것을 비판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4일 자 1면에 트럼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손을 엇갈려 잡고 있는 사진을 '살인자와 손에 손잡고'라는 제목과 함께 올리기도 했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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