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감독자여서 약취유인으로 볼 수 없다" 약취유인 혐의는 무죄
(거창·합천=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법원이 초등학생 아들을 인질로 경찰과 대치하면서 엽총을 쏘고 탈취한 차량으로 경찰차를 들이받아 상처를 입힌 40대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창원지법 거창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승휘 부장판사)는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미성년자 약취유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1)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질극을 벌이고 경찰차를 들이받아 대치한 경찰들에게 상해를 입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준 것은 죄질이 무겁고, 공권력을 경시하는 풍조를 없애기 위해 엄한 처벌을 내리기로 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경찰 차량을 들이받아 경찰 4명이 2주 이상 진단을 받았고, 경찰차 손괴 정도를 보아 상당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으로 보아 부상한 경찰관들이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이유 없다"라며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이혼한 뒤 혼자 초등학생인 아들을 양육한 사실이 인정돼 부모 한 사람에 의한 보호 양육 관계에 있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아버지이자 보호·감독자인 김 씨가 아들을 살해할 의사를 숨기고 아들과 학교 교사에게 '여행 간다'란 거짓말로 조퇴시킨 뒤 자신의 차량에 태웠다고 하더라도 이는 종전의 보호 양육 관계가 유지된다고 봐야해 김 씨의 이런 행위가 미성년자 약취유인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지난 7월 4일 오전 전처와 전화로 다투고 "아들과 함께 죽겠다"는 문자를 보낸 뒤 학교에 있던 아들을 데리고 나와 인질극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김 씨는 신고를 받고 추적하던 경찰과 당일 오후 5시께 합천호 주변 야산에서 맞닥뜨리자 경찰관과 차량을 향해 수차례 엽총을 쏘며 위협하기도 했다.
김 씨는 구급차, 순찰차, 트럭을 빼앗아 달아났고 경찰과 대치 과정에 경찰관들이 타고 있는 차량을 들이받아 경찰관 4명에게 2주 이상 상처를 입혔다.
검찰은 지난 6일 결심공판에서 김 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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