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핵심요직 첫 비리 연루 의혹' 생채기 속 선 긋기
'읍참마속'으로 부담 덜고 '육참골단' 반부패사정 강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유용 사건 연루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가 임박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살아있는 권력'의 핵심요직인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비리 의혹으로 옷을 벗는 돌발사태는 도덕성을 앞세운 새 정부 청와대에 작지 않은 생채기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6월 수석비서관급인 김기정 전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부적절 품행' 논란으로 물러난 바 있지만 전 수석은 측근들로부터 시작된 비리 의혹 수사의 대상자라는 점에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박근혜·이명박 정권 당시의 국가정보원장들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등 새 정부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속도를 더하는 가운데 불거진 터라 청와대는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칫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새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도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줄곧 '성역 없는 비리척결'을 강조한 마당에 전 수석 낙마가 반부패 비리척결 수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전 수석의 낙마가 비리 단죄에 관한 한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사정 드라이브가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26일 주재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정부패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으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 수석을 둘러싼 사안이 터져 나왔을 때부터 청와대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거나 '보호막'을 쳐주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날 전 수석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까지 의혹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져야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일관됐다.
전 수석과 관련한 청와대 입장이 나가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해를 받을뿐더러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자칫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전 수석이 전날 "사실 규명도 없이 사퇴부터 해야 하는 풍토가 옳은지 고민도 있다"고 한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전 수석 문제를 분리하려는 청와대의 입장을 전 수석이 받아들인 게 아니냐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전 수석의 신속한 입장 정리로 청와대로서는 정치적으로 부담을 덜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이 전 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를 공식화한 마당에 전 수석이 현직 꼬리표를 떼어내고 수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현직을 유지한 채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전례는 없다.
이제 관심은 새 정부가 천명한 반부패 드라이브의 전개 양상으로 모인다.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읍참마속'이 전방위 반부패 적폐청산 작업을 위한 '육참골단(자기 살을 베어내 주고 상대의 뼈를 끊어냄)'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적폐청산의 칼자루를 쥔 문무일호(號)가 전 수석의 사퇴를 신호로 현재 진행 중인 각종 비리 수사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예상 속에 청와대와 사정 당국의 교감 정도에 따라 상황 전개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검찰이 향후 수사 방향을 어떤 식으로 가져갈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는 개별 수사에 대한 지휘는 물론 보고조차 받지 않는 청와대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척결이 한창인 와중에 불쑥 청와대에 칼끝을 겨눈 검찰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분명히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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