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가기 겁나…진앙 인근 주민 "짐 챙겨 조금이라도 먼 곳으로"
(포항=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 규모 5.4 강진으로 건물이 갈라지거나 벽이 무너져 흉물처럼 변한 데다 여진이 끊이지 않자 포항시민은 좀처럼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규모 5.4 지진이 난 뒤 이날 오후 4시 48분 현재 모두 46차례 여진이 이어졌고 규모 3.0 이상도 4차례나 된다.
상당수 시민은 하루 사이 여진이 46차례 발생하고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올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아파트 등 집이나 건물 안에 있기보다는 밖에서 놀란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있다.
또 만일에 대비해 비상탈출 채비를 갖추거나 아예 짐을 챙겨 진앙에서 먼 친척이나 아는 사림 집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이번 지진으로 일부 기둥이나 벽체가 무너지고 아파트가 기울어 포항시가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린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주변은 인적마저 뜸하다.
인근 아파트 주민도 짐을 챙겨 하나둘 집을 빠져나가는 등 여전히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대성아파트 바로 뒤쪽 아파트에 사는 이성혜(42·여)씨는 "어제 지인 집에서 자고 오늘 아파트에 왔으나 여진이 잇따라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몰라 겁이 난다"며 "아파트 안에도 집기가 떨어져 어수선하고 주민도 다들 가방을 꾸려 다른 곳으로 가고 해서 유령 아파트처럼 느껴진다"고 허탈해했다.
이씨는 이런 상황에서 집안을 정리하고 머무를 엄두가 나지 않아 오늘 밤도 친구와 함께 보내기 위해 아파트를 나섰다.
포항 시내에 사는 김광욱(48)씨는 "집에 들어가기가 겁나 어제 밤늦게까지 밖에 있었다"며 "여진이 끊이지 않아 오늘도 최대한 늦게 들어가고자 하는데 밖이 추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집 벽이 갈라지는 등 심한 피해를 본 북구 흥해읍 일부 주민은 대피소에 사람이 넘치고 어수선해 친척이나 지인 집을 찾아 나서고 있다.
김모(47·여)씨는 "대구에 살던 언니가 몸이 좀 안 좋아 어머니 집에 내려와 생활했는데 여진이 계속되자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며 다시 대구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무르는 주민은 혹시라도 강한 여진이 닥치면 언제든지 곧바로 뛰쳐나간다는 마음뿐이다.
흥해읍에 사는 황태진(48)씨는 "어젯밤에 일이 생기면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생수를 챙기고 체육복을 입고 잤으나 불안해서 자다 깨다 반복했다"며 "아파트 주민 상당수도 어디론가 간 것 같은데 앞으로 2∼3일은 평상복을 입고 자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김태환(45)씨도 "당분간은 긴급한 상황에 빨리 대피해 밖에서 보낼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대비해놓고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있는 노인들은 대피가 쉽지 않아 자녀들은 자주 전화를 하거나 시간을 쪼개 찾아보는 수밖에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일부 시민은 여진이 나지 않아도 폐허처럼 변한 곳곳을 보며 건물이 흔들린 지진 상황을 떠올리며 힘겨워하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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