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우리는 언제까지 트럼프를 견뎌내야 할까요. 한 마디 해주세요."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요. 대통령 탄핵은 매우 높은 난관이 있어요. 우린 과거에 영화배우 레이건을 낮추어 본 적이 있지요. 그러나 그는 가장 성공한 대통령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기 참모와 낸시(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지요."
독일 시사잡지 디차이트가 1998∼2005년 독일 총리를 지낸 게르하르트 슈뢰더에게 최근 미국에 관해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들며 이같이 답했다.
차이트 온라인에 15일(현지시간) 실린 슈뢰더 인터뷰 전문에 따르면 차이트 기자는 슈뢰더에게 트럼프에겐 멜라니아(부인)가 있다는 말로 질문을 마무리했다.
이에 슈뢰더 전 총리는 "미국과 전 세계에 문제가 되는 건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같은 인물이다. 월드파워를 이끌려는 사람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라는 우려로 답변을 갈음했다.
대(對) 러시아 제재 무용론을 앞세운 채 러시아, 터키와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슈뢰더 전 총리는 아예 "우리로선 미국 대통령(트럼프)에 견주어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인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문에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슈뢰더는 친 푸틴 행보를 보이며,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감사회 의장을 맡아 일각의 비난을 받아왔다.
슈뢰더 전 총리는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사생활일 뿐이라면서 "러시아인은 우리 이웃이고 우린 그들의 시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거듭 제재 무용론을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발트 해 연안 국가들과 폴란드에 탐욕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비합리적"이라면서 서구 진영이 내세우는 러시아 영토 확장 위협론에도 선을 그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러시아인들은 자기들이 옛 동, 서독 통일 때 독일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느낀다며 재차 양국의 특수관계를 우회적으로 짚기도 했다.
한편 독일 정치와 관련해선 다수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 연합,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 차기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의 성공 여부에 대해 결국 성공할 것이라고 점친 뒤 녹색당의 정책 유연성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그러나 내년 가을 기사당이 (텃밭인) 바이에른 주의회 선거에서 다수 지위를 잃으면 2019년 대단히 흥미로운 조기 선거가 있을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개방정책에 대해서는 "가슴만 아주 따뜻했지 계획이 없었다"며 준비가 부족한 채 난민을 과도하게 수용했다는 세간의 비판론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캐나다 같은 이민법이 필요하다. 정치적 망명인지 아닌지를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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