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입영 연기 사유 아냐" 답변하다 취재 계속되자 "긍정 검토"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돼 시험일보다 입영일이 앞서게 된 재수생이 세심하지 못한 병무행정 탓에 수능을 못 치를 뻔했다.
지난해 수능을 치렀지만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재수를 선택한 최모(19·충남) 군은 올해 수능을 치르고 곧바로 해군에 입영할 계획이었다.
어차피 마쳐야 하는 복무인 만큼 수능이 끝나고부터 바로 입대해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서였다.
지난 9월 입영 지원을 하고 수능을 준비하던 최 군은 지난 15일 저녁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당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강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뒤인 오는 23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최 군의 입영 예정일은 그보다 사흘 앞선 20일이다.
최 군은 16일 오전 대전·충남지방병무청에 전화를 걸어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지만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같은 대답을 들었다.
천재지변은 입영 연기 사유가 되지만, 천재지변으로 인한 수능 연기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병무청 현역입영과 담당자는 "최 군처럼 본인이 희망해 입영을 지원한 지원병의 경우 입영 연기 사유에 (본인 거주 지역에서)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가 포함되지만, 천재지변으로 인한 수능 연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어 "일반병과 마찬가지로 지원병도 계획 인원이라는 게 있어 적정 인원을 충원해야 하는 게 병무청 의무"라고 덧붙였다.
입영 통지를 받은 사람이 입영을 미루게 되면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 대상이 된다.
대전·충남지방병무청은 이날 오후 늦게 취재가 시작되자 "천재지변으로 인한 수능 연기가 입영 연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개인의 잘못으로 인한 일이 아닌 만큼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긍정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현재 병무청 측은 최 군이 수능을 무사히 마치고 3개월 안에 원하는 날짜에 입영할 수 있도록 내부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 군은 종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최 군은 "해군 입영 예정일이 원래 수능일(16일)과 가장 가까워 일부러 해군에 지원했을 정도였다"며 "지진 때문에 수능이 연기된 건데 입영 연기가 안 된다니 화도 나고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수능을 치르고 입영할 수 있게끔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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