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경찰의 뿌리깊은 부패 사슬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부당한 처벌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들이 속속 혐의를 벗고 있다.
시카고를 관할하는 일리노이 주 쿡 카운티 검찰은 16일(현지시간), "부패경찰 로널드 와츠가 검거한 용의자 중 15명에 대해 공소취하 결정을 내렸으며 법원이 이들에 대한 유죄판결을 무효화했다"고 밝혔다.
시카고 트리뷴은 미국에서 2번째로 큰 사법 시스템인 쿡 카운티 법원 역사상 이렇게 많은 수가 한꺼번에 유죄판결 무효 처분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잇따른 판결 무효화 결정은 시카고 베테랑 경관 와츠가 도시 남부 우범지대 흑인들을 상대로 보호비 명목의 금품을 갈취해온 사실이 드러나 2012년 기소 수감된 후, 시카고대학 법대 '무죄 입증 프로젝트'(The Exoneration Project·EP)가 용의자들을 대신해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결과 이뤄졌다.
검찰은 "와츠 경관과 그의 부하 직원들에 의해 '불법약물 소지 및 거래' 혐의로 검거된 용의자들이 제기한 주장을 검토한 결과, 처벌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이 발견됐고 유죄판결의 타당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소송 대리를 맡은 EP 조슈아 텝퍼 변호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시카고에 전례 없는 일로, 경찰 부패 척결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전원 흑인인 15명은 이미 모두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쳤다. 시카고 abc방송은 이들이 지난 2003년부터 2008년 사이 마약 범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돼 최장 9년간 복역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와츠 경관과 그의 부하 직원들이 함정을 만들어 혐의를 씌운 후 가짜 조서를 꾸몄다고 주장했다. 리오나드 깁슨은 "(시카고 경찰 감독기관 중 하나인) '전문직 윤리 사무국'(OPS)에 와츠의 횡포를 알렸으나, 묵묵부답이었고, 3개월 후 와츠는 내게 새로운 혐의를 씌웠다"고 토로했다.
텝퍼 변호사는 "와츠 경관이 체포한 1천여 명 가운데 501명에게 유죄가 선고됐으나, 현재까지 진행한 26개 사건의 결과가 뒤집혔다"며 "시카고 경찰 당국과 시 당국 모두 이 문제에 대해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쿡카운티 검찰은 이번 발표에 앞서 지난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경찰 강압으로 허위 자백을 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아 약 30년간 복역한 시카고 남성 2명에게 차례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석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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