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석·남정모 연세의대 교수팀, 유럽 간학회지에 연구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고지혈증 치료에 쓰이는 '스타틴'(Statin)을 함유한 약물들이 간암 발병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은석(내분비내과)·남정모(예방의학과)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팀은 2002년~2013년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51만4천866명을 대상으로 스타틴 약물 복용 여부와 간암 발병 여부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 중 새롭게 간암이 발병한 사람은 1천642명이었다. 연구진은 이들과 성별·연령 등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 중 암이 발병하지 않은 사람을 추린 후 다시 통계학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5배수인 8천219명을 선정했다.
그 결과, 스타틴 약물을 먹는 그룹이 복용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간암 발병 위험률이 5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 1천877명에 대한 추가 분석도 시행했다. 당뇨병 환자 중 새로 간암이 발병한 사람은 317명, 그렇지 않은 사람은 1천560명이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도 스타틴 약물 복용 그룹이 복용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간암 발병 위험률이 72% 낮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스타틴 약물은 우리 몸속 콜레스테롤 생성을 촉진하는 효소를 차단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사용된다. 고지혈증 환자를 비롯해 각종 심혈관계 환자의 합병증 예방을 위해 처방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강은석 교수는 "스타틴 약물이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을 예방한다는 연구는 있었으나, 간암과 관련한 연구는 드물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며 "특히 간암 발병 위험률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도 스타틴 약물이 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입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연구진은 간암 예방을 위한 스타틴 약물 처방 및 복용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당뇨병 환자 등 간암 고위험군 대상자나 기존 스타틴 약물 복용 환자 모두 반드시 주치의 진료를 통해 스타틴 약물을 처방받고, 복용량 증가 여부를 환자 본인 스스로가 절대로 결정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스타틴 약물이 간암 발병 위험률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어는 정도 확인됐지만,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며 "스타틴 약물은 근육통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럽 간학회지'(Journal of Hepat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k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