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 막대…책임 부인하고 반성 안 해"…고교 동창 기업인은 집유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전방위적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만수(72) 전 산업은행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받았다. 형량도 1심보다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17일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강 전 행장에게 징역 5년 2개월과 벌금 5천만원, 추징금 8천84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원, 추징금 9천여만원을 선고했다.
강 전 행장의 '스폰서' 역할을 한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은행장 등의 강력한 권한이 사적 이익을 위해 오용된다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높은 책임감과 공정성이 함께 요구된다"면서 "친분이 있는 김모씨의 부탁을 받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지원금, 대우조선해양 연구개발비, 산업은행 대출금이 대부분 회수되지 못해 피해가 막대한데도 책임을 부인하고 단지 자신의 권한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했다고 변명하며 반성하지 않는다"면서 질타했다.
강 전 행장은 2009년 12월 지인인 김씨가 운영한 바이오에탄올 업체 '바이올시스템즈'를 '해조류 에탄올 플랜트 사업' 부문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해 정부 지원금 66억 7천만원을 받게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었던 강 전 행장은 지식경제부에 압력을 행사해 바이올시스템즈를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고교 동창 임우근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기업 측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 중 현금을 받은 부분은 유죄로 인정한 1심과 달리 무죄로 봤다.
장관 등으로 재직하면서 임 회장으로부터 한성기업의 대출 등 청탁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인카드를 받거나 골프장을 이용한 부분은 청탁 명목이 아니라며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강 전 행장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거액의 투자를 종용했다고 보고 관련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를 유죄로 판단했다.
강 전 행장은 2011∼2012년 당시 대우조선 최고경영자(CEO)였던 남 전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바이올시스템즈에 44억 원을 투자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사무를 처리한 것에 해당하며 설령 그런 지위에 있지 않아도 남 전 사장의 임무위배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공동정범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비리 의혹을 받던 남 전 사장이 투자 지시를 받고 '명예롭게 퇴진시켜달라'는 말을 한 것은 배임 비리 추가 조사나 법적 조처를 하지 말아달란 말이 포함돼 대가 관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 고재호 당시 대우조선 사장과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에게 국회의원 7명의 후원금 총 2천 800여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도 1심과 달리 유죄로 봤다.
한편 남 전 사장은 대우조선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형사합의23부 심리로 내달 7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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