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선박을 수주하고도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받지 못해 생명줄과 같은 수주를 날릴 위기에 처한 STX조선해양이 17일 경영정상화에 노사가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STX조선해양 사측은 이날 노동조합이 서명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 확약서를 산업은행에 보냈다.
확약서에는 노사가 일치단결해 경영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가 경영정상화 계획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 절감에 적극 참여하고 쟁의행위로 생산 차질 등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채권단 자율협약, 지난해 법정관리를 받을 때도 비슷한 내용의 노사 확약서를 낸 바 있다.
노조가 참여한 확약서 제출로 RG 발급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7월 초 법정관리를 벗어난 STX조선해양은 7∼9월 사이 국내외 선사로부터 선박 7척(옵션계약 4척 제외)에 대한 수주계약을 따내고도 산업은행으로부터 RG를 발급받지 못했다.
RG는 조선소가 발주사에 배를 넘기지 못할 때를 대비해 발주사가 선박건조대금으로 조선소에 지급한 돈(선수금)을 금융기관이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을 서는 것이다.
금융권이 RG 발급을 거부하면 발주사는 선수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선박 주문을 취소한다.
산업은행은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STX조선해양이 수주계약을 한 7척에 대한 RG 발급을 여태껏 해주지 않았다.
오는 23(3척)·24일(4척)까지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수주는 물거품이 된다.
산업은행은 RG 발급을 요구하는 STX조선해양 노사를 향해 추가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을 내비쳤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채권단 공동관리 때부터 시작해 올해 법정관리를 벗어날 때까지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했다.
채권단 공동관리 때 직원 1천여 명을 내보냈고, 지난해와 올해 법정관리 과정에서 또 1천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연봉직과 일반직을 합해 2013년 3천470여 명이던 STX조선해양 직원은 현재 1천420명으로까지 줄었다.
협력사 인원도 같은 기간 4천500여 명에서 1천400여 명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여전히 원가구조가 높다며 인건비 등 선박건조에 들어가는 간접비를 더 낮춰야 한다고 STX조선해양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7척에 대한 RG 발급 조건으로 경영정상화에 협조하겠다는 노조 동의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TX조선해양의 연간 적정 건조 척수는 24척가량이다.
그러나 현재 확실한 수주잔량은 건조 중인 5척, 곧 건조에 들어가는 4척 등 9척에 불과하다.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RG 발급을 통해 최소 선박 7척에 대한 건조물량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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