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1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다. 쑹 부장은 3박 4일 일정으로 북한에 머문 뒤 20일께 귀국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북한 고위층과 먼저 만나고 19일께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쑹 부장의 특사 방북은 '당 대 당' 차원의 관례적 교류에 따른 것으로 일차적 목적은 시 주석의 집권2기를 연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놓고 어떤 논의가 오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큰 움직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며 중국의 대북특사 파견에 관심을 보였다.
쑹 부장의 방북은 중국 고위급 인사로는 작년 10월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 이후 1년여 만이다. 쑹 부장이 당 중앙위원회 위원급이라 정치국 위원이 특사를 맡았던 2012년 18차 당 대회나 2007년 17차 당 대회 때보다 격은 낮아졌다. 하지만 최근 냉랭했던 북·중 관계를 고려하면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을 듯하다. 당 대회를 통해 권력을 확고하게 틀어쥔 시 주석이 '당 대 당' 교류의 형식을 빌려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신호탄이란 시각이 많다. 북한이 시 주석의 특사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도 대중 관계 개선을 비롯한 국면전환을 모색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잇따라 만나 북핵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6자회담 참여국 중 북한만 빼고 5개국 정상을 모두 만난 데 이어 특사를 통해 김 위원장과도 접촉하는 셈이다. 쑹 부장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시 주석의 연쇄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시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간 한반도 비핵화,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을 북핵 해법에 대한 기본입장으로 밝혀왔다.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북핵 해법이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이다.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결과를 발표하면서 "시 주석이 '쌍중단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혀 한때 중국의 북핵 해법이 바뀐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가 곧바로 "쌍중단이 가장 실현할 수 있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미·중 간 입장차만 드러냈다. 북핵 해법을 둘러싼 두 나라의 전략적 입장이 그만큼 다르다는 얘기일 것이다.
북한은 지난 9월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이후 2개월째 군사도발을 중단한 상황이다. 이것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기 위한 준비인지, 기술적 결함 등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정세논설을 통해 "공화국의 최고 이익과 인민의 안전과 관련되는 문제는 절대로 흥정탁(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없다"고 했다.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쑹 부장의 방북 날짜에 맞춰 게재한 것으로도 보인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완료에 체제의 사활을 건 만큼 쑹 부장이 김 위원장을 설득해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쑹 부장의 특사 방북은 김 위원장에게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여국의 진의를 전달하고 김 위원장의 반응을 직접 확인해 보는 귀중한 기회인 듯하다. 쑹 특사의 방북을 통해 당장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사태 해결의 실마리나마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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