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검찰이 17일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수수 및 횡령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20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과 명예회장을 지낸 전 전 수석은 2015년 7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3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제삼자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의 고위 인사가 부패 혐의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된 것은 처음이다. 초대 정무수석이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낙마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검찰이 자신에 대한 소환 방침을 밝히자 전 전 수석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 없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전 전 수석은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이 전 전 수석을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한다는 소식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인 청와대 정무수석을 향해 칼끝을 겨누자 '검찰발(發) 사정한파'가 본격적으로 휘몰아치는 게 아니냐며 잔뜩 긴장하는 것 같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여권 핵심인사가 검찰에 소환되는 만큼 곧이어 야당 정치인을 향한 사정 드라이브가 강하게 펼쳐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때마침 검찰이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조사 중이라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그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명목의 금품 1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검찰이 잡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16일 수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친박 성향인 원유철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특가법상 국고손실·뇌물공여)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검찰발 사정 칼날이 무섭게 휘둘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전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로 해석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다가 투신한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사건으로 곤경에 몰린 검찰이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설에 불과하다. 검찰은 적폐청산 수사와 정치인 비리 수사를 '정치보복'이나 '검찰개혁 반발'로 해석하는 일각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일말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비리 혐의가 있다면 살아 있는 권력이건 과거의 권력이건, 성역을 두지 말고 철저히 수사해 단죄해야 한다. 적폐수사나 정치인 비리 수사와 별개로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추락한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고 흔들리는 공권력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도 정치인에 대한 비리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몰아 본질을 흐리려고 하지 말고, 차분히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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