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입어규모 축소 등은 성과…中당국 근절 의지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한동안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든 가운데 열린 양국 간 어업협상도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상대국 어선 입어규모 축소 등의 성과를 거두며 타결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불법조업 예방을 위한 중국 정부의 단속활동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협상 타결로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할 수 있는 강화된 근거를 마련했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EEZ 내 어선 입어규모 1천500척으로 감축
1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지난 13∼16일 중국 충칭(重慶)에서 열린 '제17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와 양국 고위급 회담을 통해 '2018년도 한중 어업협상'에 합의했다.
양국은 서로의 EEZ를 인정하고 공동 관리를 통해 연근해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2001년 한중 어업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매년 1회씩 양국에서 번갈아 어업협상을 개최하며 한 해 동안의 입어 규모와 조업 질서 등을 논의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양국 간 협상이 순탄치 않아 12월 말에 가서야 겨우 타결됐지만, 올해는 최근 불고 있는 한중관계 훈풍 덕에 비교적 순조롭게 협상이 이뤄졌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은 내년부터 EEZ 내 상대국 어선의 입어규모를 올해보다 40척이 줄어든 1천500척으로 합의한 것이다.
특히 어획량이 많고 불법조업이 자주 발생하는 중국 쌍끌이저인망 어선을 12척 감축하고, 유자망 어선 8척과 선망 어선 20척도 줄이기로 했다.
또 연안자원을 보호하고 영세한 연안 어업인들의 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주요 어종의 산란·서식지인 제주도 부근 대형트롤금지구역선 안쪽에서 조업할 수 있는 중국 쌍끌이저인망 어선 척수를 50척에서 42척으로 감축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한일 어업협상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 갈치연승 어업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중국 수역에 입어하는 우리 낚시 어선의 조업기간을 일부 조정해 갈치 주 조업 시기에 조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주된 성과라 할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업협정 체결 전 중국어선의 연평균 어획량은 44만1천t이었으나 2001∼2016년까지 연평균 어획량은 4만1천t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EEZ 내 쌍끌이저인망 어선 등의 입어규모를 줄인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말했다.
◇ 조업질서 위반행위 공동대응 강화…실제 효과는 지켜봐야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한중 어업협정 수역에서 발생하는 조업질서 위반행위 중 무허가, 영해침범, 폭력저항 등 이른바 '3대 엄중위반 행위' 어선 근절방안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연간 100여 건에 달하는 이들 3대 위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양국은 자국 해역에서 위반행위를 한 상대국 어선을 단속기관에 인수인계하고 위반사항을 상세히 통보해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또 서해 NLL 인근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불법조업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 측 단속세력을 증강 배치할 것과 무허가 어선 단속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새로운 형태의 불법조업이란 본선은 NLL 북한수역에 대기하고 2∼3t급 소형 고속어선(최대 40노트)에 어구를 싣고 조업하다 단속 시 북한수역으로 도주하는 수법을 말한다.
우리 측은 아울러 동해 중간수역에서 빈발하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행위로 인해 오징어 자원량이 감소하고 우리 어업인들이 어구 파손을 우려하고 있어 이를 강력히 단속할 것임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중국어선 불법조업 정보를 중국 측에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중국이 자국어선 단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중 공동 단속시스템'을 내년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과거에도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국의 노력이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데다 중국 내에서 중앙정부의 계도 노력이 닿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합의가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지금은 양국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었지만 언제 또다시 갈등 상황이 빚어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협상의 실효성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신현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은 "이번에 합의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근절하고 우리 수산자원과 어업인들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은 이밖에 올해 관계 경색으로 일시 중단됐던 지도선 공동순시 및 단속공무원 교차승선도 내년부터 재개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 시기와 운영방안은 내년 양국 지도단속실무회의에서 논의한 후 시행하기로 했다.
◇ 잠정조치수역 내 수산자원 보존 위한 협력도 추진
이번 협상에서는 한중 잠정조치수역 내 수산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잠정조치수역이란 한중어업협정에 의해 한국과 중국의 어선에 한해 별도의 신고 없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도록 허용된 수역을 말한다.
한중 양국은 내년부터 양국의 수산분야 고위급 관계자가 참석하는 치어방류행사를 교대로 실시하고, 잠정조치수역 내 자원조사 횟수도 연 3회에서 4회로 늘리기로 하였다.
내년 치어방류행사는 양국의 수산분야 고위급 관계자가 참관하는 가운데 중국 휴어 기간인 6∼7월께 전남 영광 칠산도 인근 해상에서 실시한다.
이 행사에서는 참조기와 부세 치어 총 20만 마리를 방류할 계획이다.
중국 측은 2019년 8월께 치어방류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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