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안간다"…美농구선수들 '트럼프 기피증'

입력 2017-11-18 05:12  

"백악관 안간다"…美농구선수들 '트럼프 기피증'

NCAA 우승팀 백악관 초청에 남녀 농구팀 모두 불참…NBA 이어 아마추어까지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농구계의 반감이 노골적이다. 프로에서 시작해 아마추어로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2016~2017시즌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주최한 각종 경기대회의 우승팀들을 초청해 행사를 연다고 발표했다. 미국 대통령이 NCAA 우승팀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축하해주는 것은 과거부터 계속돼온 전통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시작하기도 전에 빛이 바랠 판이다.

백악관이 초청 계획을 발표하기도 전에 초청을 거부한 팀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모두 농구 종목이다.

NCAA 여자농구대회에서 우승한 사우스캐롤라이나대의 돈 스탈리 감독은 전날 성명을 통해 "백악관이 초청 계획을 알려왔지만 우리는 참석할 수 없다"면서 "훈련이 시작됐으니 모든 초점을 이번 시즌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유일한 초청은 2018 NCAA 대회"라고 덧붙였다.

앞서 NCAA 남자농구대회 우승팀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는 백악관과 날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미 지난달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마이클 조던의 출신 학교로 유명한 UNC 농구단 측은 "양측 모두 맞는 날짜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농구 종목의 여자부 우승팀은 훈련 집중을, 남자 우승팀은 일정을 외적인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NBA(미국프로농구)에 속한 프로 선수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노골적으로 대립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NBA 우승팀을 초청하는 관례에 따라 지난 9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선수들을 백악관에 부르려 했지만, 골든스테이트의 간판스타인 스테판 커리가 "가고 싶지 않다"고 하자 돌연 초청 계획을 취소해 버렸다.

이에 대해 NBA를 대표하는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와 '레전드' 반열에 오른 코비 브라이언트(전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분열과 증오'의 원천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농구계의 반목은 취임 초부터 조짐이 보였다.

'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유명한 NCAA 농구대회는 대통령이 우승팀을 예측하며 대진 추첨을 하는 '브래킷 행사'(Brackets)가 전통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했다.

이를 두고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가 브래킷이라는 점을 의식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체육계의 신경전은 다른 종목으로까지 이어졌다.

올해 초 미국프로야구(MLB) 워싱턴DC 연고팀인 워싱턴 내셔널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구 제안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단박에 거부했다. 과거 역대 대통령 단골 시구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이를 보고는 "트럼프 대통령을 시구자로 모실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지난 9월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프로풋볼(NFL)이 국민의례 문제로 정면으로 크게 충돌했다. 일부 선수들이 국가가 연주될 때 무릎을 꿇자 트럼프 대통령이 퇴장과 해고를 요구했고, 이에 선수들과 NFL 사무국이 반발하면서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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