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 마닐라 도착 전 반군 3명 체포 후 뒤늦게 공개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필리핀의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들이 이달 14일 폐막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 맞춰 마닐라 시내에서 테러를 벌이려다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18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마닐라 북부 슬럼 지역에 은신해온 '아부 사야프' 소속 반군 3명을 지난 10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상회의에 참석하려는 각국 정상들이 마닐라에 도착하기 불과 하루 전 검거됐으며, 은신처에서는 권총과 수류탄 등이 발견됐다.
경찰 당국자는 "피의자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감시하던 중 마닐라 시내에서 테러 공격이 있을 것을 암시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즉각 체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비무슬림과 이단을 처단하는데 쓰일 것이란 설명이 달린 총기 및 사제폭발물(IED)의 사진과 테러 목표물인 마닐라 시내 주요 쇼핑몰 및 공원의 사진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를 공격하려 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피의자들은 전원 아부사야프의 본거지인 필리핀 남부 바실란 섬 출신"이라면서 "이들이 앞서 벌어졌던 다른 테러 사건에도 연루됐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1년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아 결성된 아부사야프는 필리핀의 이슬람 분리주의 파벌 중 가장 과격한 단체로 2014년 IS에 충성을 맹세했다.
이들은 최근 수 년 동안 필리핀 남부 해역에서 외국인 선원과 관광객을 무차별적으로 납치한 뒤 거액의 몸값을 뜯어 악명을 쌓았다.
이들은 작년 8월에는 아부사야프 섬멸 지시를 내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고향 다바오 시에서 폭탄을 터뜨려 현지 주민 등 80여 명이 죽거나 다쳤고, 올해 5월부터는 다른 IS 추종 반군들과 마라위 시를 점거하고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 이후 5개월간 1천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 단체는 작년 10월 말레이시아 연근해에서 한국 국적 화물선 동방자이언트호를 습격, 한국인 선장 박모 씨를 납치했다가 3개월만에 풀어주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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