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힘겨루기…노조 주주제안 사외이사 선임·정관변경 안건도 결정
경찰 압수수색에 시민단체 검찰 고발까지 '첩첩산중'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KB금융지주의 앞날을 결정지을 임시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의 연임 확정은 무리 없이 이뤄지겠지만, 노조 측이 제안한 노동이사제 도입과 대표이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참여를 막는 정관변경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105560]은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과 허인 국민은행장 이사 선임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임시주총은 이례적으로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해 노사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KB노조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역임한 하승수(49)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투명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대표이사가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6개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당 정관변경 안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등 후보 추천 관련 위원회의 위원장을 사외이사가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관변경 안건은 통과되기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KB금융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KB금융의 지분 9.6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대표이사가 지배구조위원회에서 배제돼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최근 보고서를 내고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ISS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결권행사 시 의견을 주로 참고하는 자료로, KB금융의 외국인 주주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만큼 이번 주총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은 국민연금이 '찬성'에 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노조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희망적인 상황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 안건에 대해 외부전문가로 구성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찬성하기로 했다.
노동이사제 도입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국민연금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찬성 결정이 가지는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번에 사외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 참석주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해 국민연금 이외에도 더 많은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당장 윤 회장의 연임 확정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지만 연임 이후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선 경찰에서 윤 회장의 노동조합 설문조사 개입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달 초 KB금융지주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HR본부 사무실 하드디스크를 확보했으며, 최근 HR 본부장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도 KB금융의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고가 인수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윤 회장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과 이달 15일 고발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또다시 노조가 주주제안 방식으로 경영진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KB 노조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내년 3월 주총을 잘 준비해서 통과시키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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