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인권 유린 논란을 빚는 '마약과의 유혈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19일 CNN 필리핀 등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고향인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에서 열린 경제 관련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마약 문제가 악화하면 마약과의 전쟁에 경찰을 재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능하면 마약을 뿌리 뽑고 싶다"며 "마약 매매는 조직범죄"라고 비난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인권옹호자 누구든 나를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인권주의자들이 생각한다면 유감"이라며 인권 침해 비판에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이 비무장 10대 소년을 마약용의자로 지목, 사살하는 등 무자비한 마약 단속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 10월 경찰의 마약 단속을 중단시키고 마약단속청(PDEA)으로 단속권을 일원화했다.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직후인 작년 7월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PDEA의 단속 과정에서 29명의 마약용의자가 죽었지만 경찰의 단속 현장에서는 3천900명 이상이 사살됐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최근 "성폭행이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며 "경찰의 마약 단속 때 숨어지내던 범죄자들이 지금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한 마약중독자에 의한 성폭행 및 살인 사건을 거론하며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크게 신뢰하는 델라로사 경찰청장의 이런 입장을 받아들여 마약 유혈소탕전에 경찰을 다시 투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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