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그립다"…일부 주민 "칸막이 설치하면 다시 체육관에 가겠다"
(포항=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내 집이 그립다.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지난 15일 강진이 발생한 뒤 경북 포항시 흥해 체육관에 머물던 이재민 800여명이 19일 오전 인근 학교 2곳으로 갔다.
이재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체육관에 텐트와 칸막이를 설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체육관에서 1㎞가량 떨어진 흥해공고 강당에는 120가구 300명가량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주로 나이 많은 주민이고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도 몇 명이 눈에 띄었다.
체육관보다 규모가 작다 보니 좀 더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화장실, 세면실 등 위생 시설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강당 입구에는 남녀 화장실이 하나씩밖에 없다.
운동장에 이동 화장실 차 2대가 서 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고령의 주민들이 강당에서 나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선지 밖은 한산했다.
식사시간도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 이들은 밥차가 바깥에 있다 보니 칼바람 속에 밥과 국을 식판에 담은 뒤 바로 옆 천막에 들어가 식사를 해야 한다.
강당 안에 난방기구가 가동 중이지만 강추위에 별다른 훈기를 느끼지 못한다.
이재민 박모(75)씨는 "집이 낡고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마음 편히 지내던 곳인데 이제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며 "내집이 그립다.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모(81)씨는 "체육관은 너무 넓어서 제대로 쉬기 어려웠는데 새로 옮긴 곳은 좀 작아서 그나마 좀 나은 것 같다"며 "그래도 체육관에 칸막이를 설치하면 다시 그곳으로 옮길 생각이다"고 말했다.
흥해공고에서 800m가량 떨어진 흥해 남산초등학교 강당에는 이재민 400여명이 모여 있다.
역시 체육관에서 옮겨 온 이들은 칸막이 설치가 끝나면 상당수가 다시 체육관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특별히 체육관 시설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집에서 대피소까지 가까운 곳에 머물기 원하기 때문이다.
이재민 최모(77·여)씨는 "체육관은 집에서 가까워 왔다 갔다 했는데 새로 옮긴 곳은 집까지 멀어 다니기 힘들다"며 "빨리 체육관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흥해 체육관 청소와 칸막이 설치가 끝나면 이재민을 다시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칸막이가 이재민 숫자에 턱없이 모자라 선별 수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진 피해가 막대해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이재민을 먼저 체육관에 수용할 방침이다"며 "이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모든 대피소를 철저히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