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바라보는 선동열 감독, 결과만큼 과정 중시
박민우·장현식·김하성 등 한국 야구 미래 이끌 재목 발굴
(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투수끼리 모인 단톡방(단체 카톡방)에서 일본전 지고 나서는 투혼이니 뭐니 이런 소리만 하던 선수들이 대만전 이기니까 자기들끼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네요. 감독님도 이런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정민철(45) 한국대표팀 투수코치의 말처럼, 선동열(54)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선수들이 편하게 야구 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것들을 신경 썼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우승만큼 젊은 선수들의 경험을 강조한 선 감독은 자신 있게 그라운드에서 경기하는 걸 첫 번째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자유로운 선수단 분위기 조성이다.
과거 선 감독은 프로팀 감독을 맡았을 때 제왕적인 '보스'에 가까웠다. 선수들에게 직접 의사를 드러내는 법은 잘 없었다. 그만큼 선수들도 선 감독을 어렵게 대했다.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 선 감독은 상당히 달라졌다.
젊은 선수와 직접 대화하는 것보다 일선 코치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훨씬 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선수들이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 거의 손대지 않았다.
젊은 선수 위주로 뽑힌 이번 대표팀은 누가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각자 맡은 일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자연스럽게 대표팀 분위기는 '역대 최고'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연령이 비슷한 선수가 모인 것도 이유겠지만, 선수들이 자유롭게 경기력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 쓴 선 감독의 리더십도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 선수들에게는 선 감독이 어렵다. 선 감독이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호투한 것처럼 일본과 예선에서 5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잘 던진 장현식은 "감독님과 (야구에 대해) 아직 직접 이야기해보진 못했다. 기회가 되면 여쭤보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이때 선 감독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경기 전 선수에게 야구 이야기 대신 일상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가끔은 더그아웃의 사탕 상자를 뒤져 선수들에게 권했다.
예전의 선 감독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또한, 선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가능한 말을 아꼈다.
이 대회가, 그리고 한일전이 왜 중요한지 강조하는 대신 "친선 경기니 경험 쌓는다고 생각하고 하던 대로만 하라"고 주문했다.
예선에서 일본에 아쉽게 역전패를 당한 대표팀은 결승에서 설욕을 별렀다.
그러나 오히려 결승에서는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하고 0-7로 패했다. 선동열호의 첫 항해가 '절반의 성공'인 이유다.
선동열호의 다음 임무는 내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대표팀은 20일 귀국한 뒤 곧바로 해산해 각자의 팀에 복귀한다. 선 감독은 내년 5월 말 예비 엔트리 45명을 발표하고, 이중 최종 24명을 추릴 계획이다.
선 감독은 "이번 대회와는 달리 아시안게임 때는 시즌이 한창이라 경기 감각에는 문제가 없을 듯하다. 대신 컨디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표팀 트레이닝 파트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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