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까지 3년, 한국야구 미래는 하체에 달렸다

입력 2017-11-20 05:24  

올림픽까지 3년, 한국야구 미래는 하체에 달렸다

한국과 일본 투수의 가장 큰 차이는 변화구 제구력

선동열 "하체가 튼튼해야 강한 공도, 변화구도 던진다"



(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한국 투수와 일본 투수의 가장 큰 차이는 변화구 제구력이었다.

19일 결승전 선발로 등판한 다구치 가즈토는 시속 130㎞ 초중반 직구를 가지고 한국 타자들을 마음껏 농락했다.

높은 공은 없었다. 모두 타자의 무릎 높이에 꽂히는 완벽한 제구가 돋보였다.

특히 그의 주 무기인 슬라이더는 위력적이었다. 흔한 슬라이더 실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커브는 마치 포크볼처럼 갑자기 꺾이며 한국 타자의 헛손질을 유도했다.

반면, 그와 상대한 한국 투수는 변화구 제구에 애를 먹었다. 카운트가 불리하게 몰리다 보니 직구를 던지고, 이게 일본 타자의 먹잇감이 됐다.

직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는 건 프로 선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카운트를 잡는 변화구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변화구를 나눠서 던질 수 있다면 특급 투수로 올라갈 수 있다.

선동열(54)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우리 투수들의 변화구 제구력을 지적하며 "기본이 안 돼서 그런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선 감독의 투구 이론에 따르면 투수의 힘은 하체에서 온다. 변화구 제구 역시 하체에 달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선 감독은 "항상 같은 자세로 던질 수 있도록 하체가 튼튼하게 받쳐줘야 한다. 하체가 흔들리면, 릴리스 포인트가 같이 흔들린다. 변화구도 엉뚱한 데 들어간다"고 말한다.

변화구 제구를 잡기 위한 해결책은 불펜 피칭이 아닌 러닝이다.

현역 시절 누구보다 많이 뛰었다. 누구보다 강력한 공을 던진 선 감독이라 할 수 있는 말이다.

선 감독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 학생 야구 시스템까지 짚었다.

현재 한국 고등학교는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야구 기술'을 가르치는 데 더 힘을 쏟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선 학교와 프로 지도자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서도 확실한 게 있다면, 투수는 하체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선 감독의 믿음이다.

선 감독의 임기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다.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선수들의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아지긴 어렵겠지만, 지금부터 하체 기초공사를 다시 하면 3년 뒤에는 적게나마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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