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 선임…노조 제안 사외이사 선임·정관변경안 모두 부결
노조 "사외이사 선임은 노동이사제와 달라…내년 주총에 정관변경안 수정 후 상정"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선임이 최종 확정되면서 KB금융[105560] 2기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노조의 경영 참여 시도로 풀이됐던 사외이사 선임안과 대표이사 참여 제한 정관변경안은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KB금융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 회장 재선임을 결정했다.
이로써 윤 회장은 3년간 KB금융을 다시 이끌게 됐다.
윤 회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외환은행에 행원으로 입사했다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등을 역임했다.
2014년 내부 갈등으로 불거진 'KB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해왔다.
윤 회장은 재임 기간 좋은 경영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3분기 누적·분기 순익 면에서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질렀으며, 은행 간 대결에서도 KB국민은행 3분기까지 순익이 신한은행보다 많았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의 국민은행장 선임도 확정됐다.
KB금융과 국민은행 분리 경영이 3년 만에 다시 시작된 셈이다.
허인 신임 행장 임기는 총 2년이다.
허 행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했으며 국민은행 대기업부 부장, 여신심사본부 집행본부장, 경영기획그룹대표 등을 거치며 경영 일선을 두루 경험했다.
주주제안을 통한 노조의 경영진 견제 시도는 무산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KB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상정했던 하승수(49)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사외이사 선임안과 대표이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참여를 막는 정관변경안은 모두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이사제 공약과 맞물려 큰 관심을 모았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지도 얻었지만, 통과 요건을 채우지는 못했다.
사외이사 선임안은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이 17.73%, 정관변경안의 경우 찬성률이 7.61%에 그쳤다.
KB노조는 정관변경 안건 표결을 앞두고 상정을 철회한 뒤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일부 수정해 재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규정에 따라 우선 부결 처리됐다.
한편 KB노조는 이번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과 노동이사제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 측 김창희 노무사는 "(하 후보 사외이사 선임은) 노동이사제가 아니고 주식회사 법에 따라 주주제안을 한 것"이라며 "하 후보는 KB금융의 직원이 아니고 다른 사외이사들처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윤 회장의 2기 체제가 공식 출범하게 됐지만, KB금융이 순항하기까지 남은 장애물이 많다.
우선 이날 주주총회장에서 불거진 노조와의 갈등 봉합이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주총 장내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사외이사 선임안 표결을 앞두고 노조가 받은 위임장 집계를 위해 한 시간가량 정회가 이뤄졌다.
앞서 노조가 사측의 설문조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경찰이 이달 초 KB금융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도 KB금융의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고가 인수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윤 회장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과 이달 15일 고발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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