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신작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자 스턴트우먼으로 일하는 에이미(올가 쿠릴렌코 분)는 천체물리학 교수 에드(제레미 아이언스)와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 자신과 동갑내기 딸을 둔 남자와의 6년에 걸친 사랑은 역설적으로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유지된다.
에드가 강의하기로 한 수업시간에 별안간 그의 부고가 날아든다. 대신 강단에 선 동료 교수가 며칠 전 에드의 사망 소식을 전한다. 그런데 그때 휴대전화에는 평소와 다름 없이 에드로부터 온 이메일 알람이 울린다. 비밀스러운 관계여서 누구에게 자초지종을 물을 수도 없다.
영화 '시크릿 레터'는 이렇게 불안한 관계와 미스터리한 상황 묘사로 시작한다. 그러나 관객의 궁금증을 빌미로 두뇌싸움을 벌이지 않고 로맨스를 향해 곧장 정주행한다.
손편지와 직접 녹화한 동영상이 수시로 에이미에게 도착한다. 생전 몇 개월에 걸쳐 정교하고 치밀하게 짠 계획에 따라 전달되는 에드의 메시지들에 에이미는 혼란스럽다. 에드가 여전히 생존해 함께 있는 듯한 행복감에 빠졌다가도, 돌연 윤리교사처럼 변해 자책감을 건드리는 에드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주변의 또래 남자들 대신 아버지뻘 남자를 선택한 에이미의 사랑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비극적 가족사에 대한 자책감의 결과다.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스턴트 연기 역시 그 자책감의 또다른 표현으로 설명된다. 에드는 그런 에이미에게 세상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길 권한다. 우주와 별의 무한함에 대한 에드의 천체물리학 이론이 인간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비중 있게 등장한다.
영화는 둘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 관객은 에드의 메시지와 에이미의 반응을 통해 흔치 않은 둘의 사랑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에드의 메시지는 감성으로 충만하지만, 두 시간 동안 비슷한 톤으로 반복되다보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에이미의 반응과 동선까지 정확히 예측하는 에드의 사전작업 역시 다소 비현실적이다.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영화음악의 명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다시 손을 잡았다. 영국 에든버러부터 이탈리아 산 줄리오 섬까지 유럽 곳곳의 낭만적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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