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한 고창 흥덕 복룡마을, 철새도래지 동림저수지와 인접
방역 관계자 '매년 날아드는 철새 손 쓸 방법 없어' 한계 토로
(고창=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저쪽 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거여. 여기다가 방역초소를 설치하니까 마을이 중간에서 딱 막혀버리잖아. 둘로 쪼개진 거지"
전북 고창군 흥덕면 복룡마을 한 오리 농가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AI는 주민들의 왕래마저 가로막았다.
AI 확진 이틀째인 20일 오전 찾아간 복룡마을에는 방역초소와 함께 차량 통제를 알리는 간판이 놓여 있었다.
방역복을 입은 근무자들은 좁은 마을 길을 가로지르는 통제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차량과 주민 출입을 차단했다.
전날 AI 발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복룡마을을 찾아오는 차량은 뜸했다.
이른 아침 현장을 찾은 취재차량과 인근 소하천 공사 차량만이 좁은 길을 분주히 오갔다.
마을을 찾은 집배원과 요양보호사는 방역초소에서 온몸을 깨끗이 소독한 뒤에야 통제선을 넘어 마을 반대편으로 향했다.
전날 오리 1만2천여 마리가 살처분 된 농장 주변은 아예 오가는 주민이 없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AI가 발병한 복룡마을은 주민등록상 인구가 62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마을이다.
마을 중심 논을 따라 농가 40여 채가 모여 있지만, 최근 심각한 인구유출로 빈집이 절반 이상이라고 방역초소 관계자는 전했다.
주민들은 마을 길을 가로막은 방역초소로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이모 씨는 "마을 중간이 (초소로) 딱 막혀버리니까 주민들도 오가는 게 불편하다. 농사가 끝났기에 망정이지 추수도 제대로 못 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몇 발짝 떼면 갈 수 있는 옆집을 이제는 한참 돌아서 가야 한다는 볼멘소리를 더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근처 동림저수지에 날아온 철새 때문에 AI가 발병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것 같다"며 "아무리 방역을 잘해도 날아다니는 새들을 막을 도리가 없다"고 허탈한 심경을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방역 근무자는 AI 발병 농가와 인접한 동림저수지에서 날아드는 철새로 병이 확산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고창군 흥덕면과 성내면 일대에 걸쳐 있는 동림저수지에는 가창오리와 청둥오리 등 철새 20여만 마리가 겨울을 보낸다.
이 관계자는 "매년 동림저수지에 철새 수십만 마리가 날아드는데 AI가 전국으로 퍼질까 걱정이 앞선다. 초소 앞으로 오는 자동차는 우리가 막는다고 해도 날아다니는 새를 막을 도리가 있겠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북도는 고창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AI를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차단 방역과 농가별 방역교육 등 확산방지에 주력하기로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류 사육농가 주변 등에 방역초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AI가 조기 종식될 수 있도록 발병 농가와 인접한 동림저수지 등 철새도래지 주변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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