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전문가 쓴소리…"관료주의 타파하고, 친기업 환경 조성해야 성공"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의 '천년대계(大計)'로 추진 중인 슝안(雄安)신구에 대한 흔치 않은 쓴소리가 나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도시개발 전문가인 챠오룬링은 지난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이 주최한 포럼에서 "시장 친화적 개혁이 없으면 슝안신구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허베이(河北)성에 조성되는 슝안신구는 광둥성 선전(深천<土+川>)경제특구와 상하이 푸둥(浦東)신구에 이은 중국의 3번째 국가급 특구이다. 1단계 개발대상 면적은 100㎢이지만, 장기적으로 2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챠오룬링은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톈진(天津), 허베이를 뜻하는 '징진지'(京津冀) 지역에 조성되는 슝안신구가 그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도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챠오룬링은 "중국의 정치적 중심지를 둘러싼 이 지역은 아직도 민간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고위층의 개입과 상명하달식 정치, 심각한 관료주의 등의 특색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부문의 발전을 위한 이 지역의 조건은 창장(長江·양쯔강) 삼각주에 자리 잡은 선전보다 훨씬 못하다"며 "어떻게 스타트업이 여기에서 번창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창장 삼각주가 있는 저장(浙江)성에 자리 잡은 중국의 대기업은 100곳이 넘지만, 징진지 지역의 대기업은 50곳에도 못 미친다.
시 주석이 슝안신구를 조성하려는 목적은 중국의 수도권이라고 할 수 있는 징진지 지역이 중공업의 성장 둔화, 설비 과잉, 심각한 환경 오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슝안신구를 IT, 생명과학, 친환경에너지, 신소재 등 중국의 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해 수도권 일대를 부흥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선전에 있는 베이징대학 HSBC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는 "선전은 연안도시라는 이점, 홍콩과의 근접성, 관료들의 친기업 정책 등에 힘입어 급성장할 수 있었다"며 슝안신구가 이러한 이점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챠오룬링은 "당 지도부, 정부, 정치, 계획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이 지역에서 시장 지향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슝안신구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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