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운동, 내년 봄 총선 앞두고 '희색'…우파연합 "오성운동, 극우 지지자 흡수해 승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현재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이 수도 로마 인근의 도시에서 실시된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우파 연합을 누르고 승리했다.
19일 로마의 외곽에 위치한 해안 도시 오스티아에서 열린 시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오성운동 소속 줄리아나 디 필로 후보는 약 60%를 얻어, 40%를 득표한 우파연합 진영의 모니카 피카 후보를 따돌렸다.
이날 투표는 2주 전 열린 1차 투표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한 오성운동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극우 정당 북부동맹(LN), 이탈리아형제당(FDI) 등 세 당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졌다.
집권 민주당은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쳐 2명이 맞붙는 결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로마 현에 속해 있는 오스티아 시 정부는 2년 전 마피아가 내부에 침투한 사실이 적발되며 전격 해산됐고, 이날 선거로 다시 새로운 정부를 꾸리게 됐다. 그러나, 투표율은 33.6%로 극히 저조해 선거에 대한 지역민들의 무관심을 드러냈다.
오성운동은 내년 3∼5월 사이 시행될 예정인 총선을 앞두고 전해진 이번 승리 소식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디 필로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물어진 오스티아를 재건하길 원하는 정직한 시민들의 승리"라며 "유권자들은 오성운동만이 이 지역을 통치한 적이 없는 (깨끗한)정치 세력임을 깨달았고, 우리는 이제 유권자들의 믿음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로마에서 우리는 우파 연대에 맞서 연승을 거두고 있다"며 "이는 '라지 효과'가 긍정적임을 나타내는 징표"라고 반겼다.
오성운동은 작년 6월 치러진 로마 시장 선거에서 여성 변호사 비르지니아 라지 후보를 내세워 사상 처음으로 로마 시장직을 차지해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라지 시장은 당선 후 현재까지 인사 난맥상 등을 노출하며 쓰레기 수거, 열악한 대중 교통 등 로마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좀처럼 개선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어 내년 총선을 통해 창당 후 처음으로 집권을 노리는 오성운동의 지지율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한편,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이달 초 시칠리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오성운동 후보를 제치고 승리,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우파 진영은 오스티아에서는 조직범죄 세력과 극우정당 '카사 파운드' 지지자들의 표가 결선투표에서 오성운동으로 쏠린 게 결정적인 패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反)난민을 주장하는 네오 파시즘 성향의 카사 파운드는 1차 투표에서 무려 9%가량을 득표하며 오스티아 시 의원 1명을 당선시킨 바 있다.
오스티아 지방선거는 1차 투표 직후인 지난 8일 공영 방송 RAI의 기자가 카사 파운드의 약진과 이 지역의 각종 범죄 행위에 개입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스파다 가문의 연계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스파다 가문의 일원인 로베르토 스파다라는 남성과 인터뷰하던 중 공격을 당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전파를 타며 전국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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