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20년 특별대담…현정택 KIEP 원장 "새로운 형태 경제위기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한국 경제가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2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 대담'에 참석해 한국 경제의 위기 재연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장관은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 초대 재경부 장관으로 취임, 외환위기 발발 직후 정책책임자로서 위기극복에 앞장섰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날 대담은 한국이 1997년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20년이 되는 날을 맞아 당시 경험을 나누고, 경제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혁신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전 장관은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해 "인구 고령화, 낮은 자본 생산성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이미 보유한 잠재력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해 청년실업률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기술개발 등의 노력과 함께 위기가 닥쳐도 정상 상태로 되돌아갈 복원력을 갖기 위한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아울러 "국민이 개인적 권익과 이익만 추구하기보다는 사회, 기업과 함께 잘 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기업가는 사명을 다 하면서 비용을 사회화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사태에 대해 이 장관은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면 기름을 사 오지 못해 당장 전국 건물의 난방이 끊길 정도로 독자 생존할 수 없었기에 유무상통으로 살아남아야 했다"며 "모두가 많이 고생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그는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던 비결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뛰어난 리더십, 금 모으기 운동으로 보여준 국민의 단합, 한국을 믿고 지원한 국제사회의 협조 등 세 가지를 꼽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한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 동석한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외환위기 발생 원인에 대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채무 급증 등 대외 건전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아시아 외환위기 등 외부충격이 가세한 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통화 및 재정 긴축정책을 추진해 외환보유액이 확충됐으나 이 과정에서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에 따른 사회 불안이 커졌다"며 "외환위기 극복 과정을 보면 기업 재무건전성과 금융안전망이 정비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노동부문 개혁은 유연성 제고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현 원장은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의 한국 경제를 비교하며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규모 등 대외 건전성 부분은 개선됐으나 저성장의 장기화, 양극화와 가계부채 급증 등 대내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를 극복해낸 경험을 살려 새로운 형태의 경제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외환위기 당시에 약했던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유연성과 경쟁력을 키우고, 위축된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도록 국내 기업활동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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