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올림픽 개최 도시 평창 AI 확산에 초긴장…24시간 소독 '비상'

입력 2017-11-21 16:04   수정 2017-11-21 16:43

[르포] 올림픽 개최 도시 평창 AI 확산에 초긴장…24시간 소독 '비상'

(평창=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축산관계 차량을 소독합니다."




21일 오전 강원 영동고속도로 평창 나들목 인근 거점소독구역을 지키는 평창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소독필증을 정리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석 달여 앞두고 80여㎞ 떨어진 양양 남대천 야생조류 분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강원 시·군 방역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병원성으로 확진될 경우 농가는 물론 지역 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던 초록색 25.5t 덤프트럭 3대가 평창 요금소를 빠져나와 나란히 1차선으로 향했다.

'AI 방역중·소독 실시' 안내판 앞으로 모인 차량은 차례로 소독액을 맞았다.

이들은 짐칸 가득 돈분(돼지 배설물)을 싣고 원주에서 봉평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차에서 내린 기사들은 인근 사무실로 가 출발지와 도착지, 운행 목적, 화물 종류 등을 신고하고 소독필증을 건네받았다.

화물차 기사 정상규(54)씨는 "출발할 때 자체소독을 하지만 고속도로를 지나면 다시 소독한다"며 "차 유리도 얼고 불편하지만, 기사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10여대의 차량 운전자들이 소독필증을 받아 갔다.

소독구역 옆에서 방진복을 입은 직원 두 명은 요금소를 빠져나가는 화물차들을 유심히 살폈다.




하이패스를 통과해 소독을 거치지 않고 그냥 도망가버리는 축산관계 차량이 있기 때문이다.

차량 방역 작업을 하는 이모(55)씨는 "소독구역으로 유도해도 그냥 지나치는 운전자들이 있다"며 "우리가 사법권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강원도는 현재 올림픽 개최지역인 평창·강릉·정선을 비롯해 10개 시·군에서 거점소독시설을 운영하면서 18개 시·군으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양양군 남대천에서도 방역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군청 직원들은 이날 오전 양양읍 조산리의 대형 콘도에서 남대천으로 이어지는 통행로를 차단하고 경고판을 설치했다.

'출입 금지. AI 항원 검출지역' 경고 문구를 보고 몇몇 시민들을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남대천 하구에서는 분무 차량이 계속해서 소독작업을 실시했다.

거센 소독약 줄기에 하천의 새들이 깜짝 놀라 달아나기도 했다.

양양군 농업기술센터는 방역팀을 2개 조로 나눠 AI 바이러스 검출지 반경 10㎞ 내 양계 농가를 찾아다니며 임상관찰을 하고 있다.

닭·오리가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면서 분뇨, 피 등 시료를 채취한다.

10㎞ 반경 내에는 110여개 농가가 1만5천여마리의 닭과 오리를 키우고 있다.

양양군 손양면 송현리에서 10년째 양계농장을 하는 신모(74)씨는 이번 AI가 고병원성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

신씨는 "어제 AI 검출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며 "평소에도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걱정은 덜되지만 내심 신경이 쓰인다"고 걱정했다.

yang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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