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공사 차량과 장비 반입을 놓고 또 충돌이 빚어졌다. 사드 반대 시민단체와 주민 등 100여 명은 21일 오전 사드 기지 입구에서 1㎞가량 떨어진 진밭교의 왕복 2차로를 컨테이너와 차량 등으로 막고 경찰과 대치하다 강제해산 됐다. 이들은 끈으로 인간사슬을 만들거나 차량 밑으로 들어가 버티며 경찰과 3시간 30분 가량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2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62개 중대 5천여 명을 동원했으며, 시위대 일부가 5~6m 다리 아래로 투신할 것에 대비해 에어 매트리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성주 사드 기지 앞에서의 물리적 충돌은 지난 4월과 9월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사드 임시배치가 일단락된 이후에도 길을 막아서고 물리적 충돌이 계속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드 반대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국방부가 공사 장비와 자재를 실은 트럭과 트레일러 등 50여 대를 사드 기지에 투입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전날부터 진밭교를 가로막았다. 국방부는 본격적인 겨울 추위를 앞두고 한미 장병 400명이 숙소로 이용하는 골프텔·클럽하우스에 난방시설을 갖추고 동파 방지용 급수관 매설, 오수처리 시설 교체 등의 공사를 위해 더는 늦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드 반대 측은 "부지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공간에 병력을 400명이나 배치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막무가내로 막아섰다고 한다. 사드 체계 운용과 주변 경비 등에 필요한 인원마저 무리하게 배치했다며 사드 반대의 명분으로 삼고 있으니 당국의 합리적 설명이나 설득이 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듯하다. 주민들의 사드배치 반대가 본질을 벗어나 반미 투쟁의 장으로 변질한 게 아닌지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법적으로 성주 사드 기지는 임시배치다. 안보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 보니 그간 진행돼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로 일단 임시배치해 가동하면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최종 배치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임시배치이기는 해도 정부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런 만큼 기지 운용에 필요한 공사나 차량 통행을 막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국내 문제로만 볼 수 없다. 1년 이상 끌어오던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일단 해소 국면으로 접어든 듯하다. 한중 양국이 지난달 31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관계개선을 위한 협의 결과를 싣는 것으로 갈등은 봉합됐지만, 중국은 여전히 사드배치를 되돌릴 수 있다는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 측 기대와 달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우리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다음 달 베이징에서 미래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열릴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가 어렵게나마 중국과의 사드 갈등을 봉합하는 수순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출발점은 사드 임시배치 완료였다. 사드 기지 출입을 막고 물리적 충돌을 벌이는 것이 중국에 또다시 헛된 희망을 줄 수도 있다. 이는 우리 정부나 경제에 대한 압력만 높인다는 점에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8일 사드 임시배치가 완료된 뒤 입장문을 통해 "사드 체계 최종배치 여부는 여러 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과 정상회담 뒤에도 "최종적으로 결정하려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고 지금 하는 중"이라고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엄격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최종결정을 내리겠다고 약속한 만큼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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