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준은 진정한 보수주의자…전통과 점진적 개혁 중시"

입력 2017-11-22 07:10   수정 2017-11-22 08:52

"유길준은 진정한 보수주의자…전통과 점진적 개혁 중시"

장인성 서울대 교수, 신간 '서유견문'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구당(矩堂) 유길준(1856∼1914)은 개화기 지식인으로, 서양 기행문인 '서유견문'(西遊見聞)의 저자로 유명하다.

유길준은 1881년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세운 일본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에서 공부했고, 잠시 귀국했다가 1883년부터 1년 6개월간 미국에 머물렀다. 그러다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유럽과 일본을 거쳐 고국으로 돌아왔다.

1895년 간행된 서유견문은 유길준이 서양에서 겪은 체험과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쓴 서적이다. 이 책은 근대 지향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독창성이 결여됐다거나 사상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하는 이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인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신간 '서유견문'에서 유길준을 한국 보수주의의 한 기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장 교수는 책의 앞머리에 있는 해제에서 "유길준의 생애를 관통한 사상은 실학적 태도와 보수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며 "유길준의 문명 구상은 양무운동을 모델로 전통적 방식의 개혁을 추구한 친청파와 메이지유신을 모델로 근대적 개혁을 모색한 친일 개화파의 중간에 있었다"고 평가한다.

장 교수는 보수의 일차적 조건을 역사로 이해되는 전통과 전통에 축적된 경험과 지혜를 중시하는 태도로 규정한다.

유길준에게 전통은 군주제와 유교 윤리였다. 그는 확립된 관습과 제도에 대해 애착과 존경을 보였고, 혁명적 변화는 기피했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유길준이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이 보유한 균형감각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인간의 체험과 역사를 근거로 점진적 개혁을 모색했다는 점에서도 진보주의자가 아닌 보수주의자로 이해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역설한다.

장 교수는 "유길준의 보수주의를 지탱한 것은 경험주의와 점진주의"라며 "그는 '진미극선한 경역'(개화된 상태의 문명사회)이라는 완전함을 상정하고 지향했지만, 그것에 이르기 위한 부단한 정진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한다.

해제 뒤에는 서유견문의 제1∼14편과 해설을 실었다. 기존 번역서와 비교하면 유길준이 만든 신조어와 개념어, 일상어를 현대어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썼다.

예컨대 많은 책이 '인민'이라는 용어를 '국민'으로 고쳤으나, 이 책은 '인민'이라는 표현을 살렸다.

장 교수는 "유길준은 국민국가에 유보적이었다"며 "서유견문의 인민, 국인(國人) 개념을 국민국가의 주체인 국민으로 파악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아카넷. 720쪽. 3만6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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