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바티칸 박물관-자금성에서 전시회 동시 개막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외교 관계 복원을 모색하고 있는 교황청과 중국이 내년 3월 사상 첫 예술작품 교환전을 양국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교황청과 중국 문화계 고위 인사는 21일 바티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3월 바티칸 민속박물관과 베이징 자금성에서 상대국이 엄선한 문화재 40점을 각각 전시하는 예술작품 교환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황청에서는 바티칸 민속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 관련 유물 2만여 점 가운데 엄선한 청동 제품, 도자기, 그림 등의 유물 39점과 현대 서양 유물 1점을 선택해 중국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후 이 유물들은 베이징 자금성을 시작으로 상하이, 시안 등 주요 도시에 순회 전시된다.
중국측에서 바티칸 박물관으로 보낼 유물은 현대 화가인 장옌의 그림 10점과 중국 역대 왕조의 유물 30점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문화산업투자기금의 주지안청 대표는 "내년 교환전은 중국과 교황청 간 인적 교류의 새 장을 열며 국경과 시간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와 문명을 통합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또한 중국과 교황청의 우의를 강화하고 외교 관계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바라 자타 바티칸 박물관장은 "어떤 두려움도 제약도 없는 미와 예술은 대화의 진정한 도구"라는 말로 문화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시는 최근 교황청과 중국이 관계 개선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공산체제가 들어선 1951년 교황청과 단교한 뒤 공산당이 운영하는 천주교애국회를 설립했고, 이후 교황청과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주교 임명 권한을 비롯해 교회 운영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래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교황청은 최근 들어 중국과의 문화 교류를 부쩍 확대해 왔다.
작년 12월에는 중국 천주교 교단의 지도부에 교황청의 인정을 받은 주교가 처음으로 선임되는 등 양국은 뚜렷한 관계 개선 조짐을 보여 수교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한동안 훈풍을 타던 양국 관계는 지난 6월 중국 당국이 교황청이 교구장으로 임명한 샤오주민 저장성 원저우 주교를 가택 연금에 처한 것을 계기로 다소 냉각됐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교류전을 계기로 앙금이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전시회가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과 미국이 1970년 탁구를 통해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핑퐁 외교'와 비슷한 선상에 놓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중국 천주교 신자는 1천2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 중 상당수는 국가 승인을 받지 않은 지하교회 신도로 여겨진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