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재단 고액기부자 특강…"걸리는 사람 적어 잘 되고 있는듯"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의 기틀을 마련한 김영란(61) 서강대 법률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청탁금지법 개정 논의에 관해 22일 "'3·5·10 규정'은 원칙적으로는 공직자가 식사·선물 받지 말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푸르메재단 고액기부자 모임 '더미라클스' 회원 특강에서 "직무관련성 있는 사람끼리는 1원도 주고받지 말자는 거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한도 내에 해결하라는 것인데, 마치 그 한도 내에서는 다 허용되는 것처럼 돼버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면 유치원에서 애들을 6시에 데려가야 하는데, 엄마들이 애를 하도 안 데려가니까 1시간마다 벌금을 매겼더니 그냥 벌금을 내고 더 안 데려가는 것과 같다"면서 "3·5·10만원 숫자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원칙적으로는 하지 말라는 게 기본적인 내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김영란법은 사람들을 걸리게 만들려는 법이 아니라, 걸리지 않도록 만들려는 법"이라면서 "시행 1년 지났는데 처벌 건수가 몇 개 안 된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그게 잘 되고 있는 거다. 우리 인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법이니 시간 두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연에서 김 교수는 "농경사회 때부터 인간은 공동체 네트워크를 형성했는데, 우리나라는 빠르게 산업화 하면서 도시에서 네트워크를 찾다 보니 혈연, 지연, 학연 등 인위적인 공동체가 강해졌다"면서 "나아가 돈으로 네트워크를 사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공적신뢰보다 사적신뢰가 커졌다"며 법을 구상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높은 사람 자녀가 결혼하면 일대 교통이 마비되고 화환을 다 세우지 못해서 리본만 떼서 걸어놓는다"면서 "꽃에 의미가 있는 건데 그 본질은 소용없고 누가 꽃을 보냈는지가 중요한 거다. 이런 걸 끊어 사적신뢰보다 공적신뢰가 더 큰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는 푸르메재단에 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기부자 10여명이 참석해 평소 김영란법에 관해 궁금했던 점을 김 교수에게 질문했다. 김 교수 남편인 푸르메재단 강지원 이사장도 함께 자리했다.
h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