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무등산 암반지대에 설치…국내지진은 물론 한반도밖 원거리 지진 관측
미국산 지진계 수작업으로 만든 정밀부품 구할 수 없어 교체·보수 어려워 '관리 중요'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최근 우리나라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지진관측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 무등산에 지구 반대편 지진까지 관측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초광대역 지진계'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광주 무등산 옛길 3구간(의병길) 풍암정 인근 고도 213m 지점에 위치한 무등산 지진관측소에는 '초광대역 지진계가 설치돼 있다.
기상청은 현재 전국에 156개소의 지진관측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는데, 초광대역 지진계가 설치된 곳은 무등산 1곳뿐이다.
초광대역 지진계는 굉장히 넓은 주파수 범위의 지진파를 감지하는 지진계로, 장주기파의 원거리 지진과 표면파를 관측해 지구의 자유진동 연구에도 사용된다.
이론상으로는 지구 반대편의 지진까지 관측할 수 있는데, 실제로 무등산 관측소에서는 규모 7.0 지진으로 50만명의 사상자를 낸 2010년 아이티 대지진과 지구 반대편의 칠레에서 2010년에 발생한 규모 8.8 지진을 감지하기도 했다.
무등산 관측소의 초광대역 지진계는 1999년 미국 업체 'Kinemetrics'사의 장비를 2억3천여만원의 예산으로 구입한 것이다.
수직 방향 P파를 측정하는 지진계 1대와 동-서·남-북 수평 방향 S파를 각각 측정하는 지진계 2개, 진도 등을 측정하는 가속도계로 구성돼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1999년 국내 유일 초광대역 지진계 입지를 선정할 당시 부산과 광주 무등산이 물망에 올랐으나 단단한 암반지대이고, 소음과 진동 등 외부영향이 적은 무등산이 최종 입지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지진관측소에 기록되는 파형에는 지진에 의한 진동뿐 아니라 인간의 활동, 바람, 파도 등과 같은 지진 외적 요인에 의한 잡음을 포함한다.
이러한 잡음은 지진관측에 방해되는 요소로 작용해 지진동에서 잡음요소를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관측소 신설 시 우선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에 초과대역 지진계를 도입한 배경에는 1996년 12월 13일 발생한 영월지진과 1997년 6월 26일 발생한 경주지진으로 기상청 지진관측 장비의 노후화에 대한 문제 제기로 현대화 필요성이 대두한 것이 작용했다.
최근 경주와 포항 등에서 대규모 지진이 잇따르면서 광주지방기상청은 올해 말까지 광주·전남에 추가로 6곳의 지진관측소를 추가로 설치해 총 30곳으로 늘리고, 기존 24곳 중 2곳의 노후 장비를 교체하기로 했다.
관측소 설치 방식도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설치가 쉬운 지표용이 아닌 광대역의 경우 100m까지 땅속을 파 지진계를 설치하고 있다.
무등산의 초광대역 지진계는 설치한 지 18년이 지났지만, 우수한 성능을 유지하고 있어 교체 대상이 아니다.
광주지방기상청 담당자는 22일 "초광대역 지진계는 정밀한 시계처럼 수작업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며 "요즘은 정밀부품을 구기 힘들어 교체도 어려워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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