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우리나라가 세계 해양강국으로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새 헌법에 해양수산의 가치와 목표를 분명하게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2일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와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해양수산 부문은 매년 생산규모가 155조원에 이르고, 세계 10위권 수준의 국가 해양력을 보유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또 해양생태계의 가치가 42조원에 이르는 등 해양수산의 국가적 중요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민의 27%가 연안에 거주하며, 해양과 연안은 국내총생산의 34%와 고용의 28%를 담당하는 등 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핵심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행 헌법의 해양수산 관련 규정은 5개 항목에 그친 데다 단편적이어서 이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190개국의 헌법을 조사한 결과 약 130개국이 해양수산 관련 내용을 헌법에 담고 있으며, 유엔 해양법 협약이 발효된 1990년 이후 개정된 헌법에서 해양수산 관련 조항을 반영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뚜렷한 추세다.
특히, 해양 공간에 대한 자국의 권리와 국제규범을 명시하고 해양수산 관련 산업의 발전을 국가 기본목표로 제시하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헌법에 명기된 해양수산 관련 조항을 국가별로 보면 영국이 13항목으로 가장 많고 인도(12항목), 브라질·케냐·뉴질랜드·파푸아뉴기니(각 10항목), 온두라스·멕시코·스리랑카·베네수엘라(각 9항목)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에서는 21개국이 헌법에 해양수산 관련 조항을 담고 있다.
영국, 뉴질랜드(10항목), 멕시코(9항목), 호주·캐나다·독일(각 6항목)의 순으로 해양수산 관련 키워드가 헌법에 담겨있다.
유엔해양법협약 168개 당사국 중에서는 116개국이 헌법에 해양수산 관련 키워드를 담고 있다.
키워드의 빈도는 도서가 55개국 헌법에 명시됐고, 대륙붕(31개국), 내수(30개국), 어업(28개국), 선박(27개국), 영해(27개국), 배타적 경제수역(26개국), 항해(25개국), 해양(22개국), 해운(20개국), 수산(19개국), 대양(19개국), 해사(18개국) 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향후 심화할 해양 분야 국제경쟁과 갈등에 대비하고 해양 공간과 해양수산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국가 미래 비전으로 해양수산 분야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은 필수라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해양강국의 토대 마련을 위해서는 세계시민의 일원으로서 해양의 평화적 이용과 관리, 대한민국의 해양관할권의 범위와 주권적 권리, 독도 등 영토 및 해양주권 수호, 국토 최일선인 도서 이용 및 접근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특별관리, 해양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 등을 헌법 전문과 개별 조항에 담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헌법 전문에 해양과 관련한 사항을 명문화하고 현행 헌법 제3조에서 규정한 대한민국의 영토 범위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에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하는 영토, 영해 그리고 그 상공인 영공'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행 헌법 제6조에 대륙붕과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명시함으로써 어업자원, 광물자원, 에너지 개발 등 경제적 개발·탐사와 인공 구조물의 설치, 해양과학조사, 해양환경 등에 대한 배타적 권리 및 의무 행사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현행 헌법 제35조에서 국민의 환경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해양환경은 육상과 특성이 달라 차별화된 관리·보전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헌법 규정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자원의 무분별한 이용으로 말미암은 생태계 훼손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 제120조와 제122조에서 해양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이용을 명시하고, 제125조에서 대외무역 인프라인 해운·항만·물류의 진흥 및 지원을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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