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090원 선도 무너지고 하락속도도 빨라
北 리스크 등 희석, 성장률·금리 상승 등 일제 반영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수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숨 고를 새 없이 빠른 하락세를 이어가며 2년 6개월 만에 1,090원 선마저 무너졌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70원 하락한 1,089.1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15년 5월 22일(1,088.80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달 27일 1,130.5원을 기록한 이래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16일에는 장중 1,100원대가 붕괴됐다.
17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1년 2개월 만에 1,100원 선이 무너졌고 21일에는 1,095.8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다시 큰 폭으로 내렸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40원 넘게 폭락한 것이다.
북한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던 9월 28일(1,149.1원)에 비하면 약 두 달 만에 60원이 떨어졌다.
원화 강세 자체는 최근 한국경제를 둘러싼 호재들을 반영한 결과다.
북한 리스크가 희석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향조정되고 있다. 캐나다와 기한과 한도 없는 통화스와프를 체결, 위기 안전판을 확보하며 안도감도 커졌다.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할 거란 기대감도 원화 값을 밀어 올렸다.
일각에서는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연 800억∼900억 달러씩 발생하는데 환율이 1,150원에 머무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환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제동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화가치 급변은 가계와 기업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경제 전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직접적으로는 수출업체들에 충격을 준다.
수출 주력 대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는 물론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중소 수출업체들이 당장 거래 중단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최근 수출 주도의 경제 성장세가 꺾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환율 하락이 내수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도 없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가계가 소비를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은데 해외여행은 늘어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이 1,184원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환율 하락속도가 빨라도 외환 당국의 별다른 대응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17일 환율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비공식 구두개입을 했을 뿐 적극적인 방어의 모습은 아니다.
과거에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동시에 공식 메시지를 던지며 개입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때문에 외환 당국이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구두개입을 통해 환율이 천천히 움직이도록 조정해야 한다"며 "통화가치를 조정하는 것이 중앙은행 목표인데, 그런 고유권한까지 미국이 환율조작이라고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 당국의 이런 입장은 최근 환율 움직임을 단기 현상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과거 2014년 환율 급락 때처럼 세계적으로 달러화 약세 흐름인 것은 아니므로 원/달러 환율이 지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으로 수출업체들이 어렵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정부가 나설 수는 없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윤창현 교수는 "너무 심한 애로는 정부가 산업정책 차원 조치를 생각해봐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한은 추가 금리 인상에 부담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욱 부장은 "한은 금리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통위원이 환율을 보며 금리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를 할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까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금리 인상 기대가 없어지면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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