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과 정선, 조선의 두 대가가 미디어아트와 만나다

입력 2017-11-22 14:11   수정 2017-11-22 16:47

신윤복과 정선, 조선의 두 대가가 미디어아트와 만나다

내년 5월 24일까지 DDP서 원작·미디어아트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갓에 도포를 걸친 선비가 오밤중에 길을 걷다 말고 담벼락 아래 개구멍으로 숨어 들어간다.

담벼락 안쪽에서 불쑥 솟아오른 선비는 몸을 숨긴 채 무언가를 한창 훔쳐보는 중이다.

선비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가 보니, 길모퉁이에서 한 쌍의 남녀가 와락 껴안은 채 서로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두 사람을 이어준 듯한 한 여성이 흘끔거리며 망을 보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이를 지켜보던 선비는 갑자기 화면 밖으로 튀어나와서는 제 몸체만 한 붓을 쥐고 쓱싹쓱싹 그림을 그려낸다.

2차원 애니메이션으로 펼쳐진 '월야밀회' 풍경에 2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 모인 취재진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월야밀회'는 혜원 신윤복(1758~미상) 풍속화첩인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에 포함된 30개 그림 중 하나다.





DDP에서는 각각 조선 풍속과 풍경의 대가였던 혜원과 겸재 정선(1676~1759)의 그림과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꾀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24일부터 '바람을 그리다: 신윤복·정선' 전을 통해 선보인다.

전시장을 들어가자마자 만나는 것은 '월야밀회'를 비롯해 7점의 신윤복·정선 작품을 토대로 제작해 13m의 미디어월에 깐 2차원 애니메이션이다.

선비 하나가 작품 속 세계를 무시로 드나들며 한양부터 금강산까지 유람한다.

선비 동태를 박진감 넘치게 해설하던 간송미술문화재단 탁현규 학예연구원은 "신윤복 작품은 하나하나가 모두 요즘으로 치면 영화의 스틸컷"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공간에서 만난 기생의 현란한 칼춤도 발길을 붙든다.

기생들이 칼춤을 추는 모습을 양반들과 악공들이 지켜보는 '혜원전신첩' 속 '쌍검대무'는 역동감 넘치는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양의 유흥과 춘정을 생생하게 전하는 신윤복의 세계를 즐기고 나면, 금강산의 참모습을 화폭에 구현한 정선과 만날 차례다.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은 정선의 명작 '단발령망금강'(1747)과 '금강내산'(1747)을 모티브로 개성 넘치는 금강전도를 만들어냈다.

단발령은 빼어난 절경에 매혹된 나머지 스스로 머리를 깎고 불가에 귀의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고개다.







작가는 원작 속 고개와 산 사이의 아득한 공간을 마천루로 가득 찬 불야성의 서울 풍경으로 채워 넣었다.

그런가 하면 정선이 부감법으로 그려낸 부푼 듯한 '금강내산' 일만이천봉은 미디어아트와 만나면서 춘하추동의 변화가 느끼는 생생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정선이 금강산을 통해 표현한 곡선과 직선의 미학을 담은 21m 대형 미디어아트 영상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다.

눈을 홀리는 17점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은 이채롭지만, 440평의 전시장에서 가장 발길이 오래 머무는 곳은 두 거장의 작품 진본이 전시된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는 국보 제135호인 신윤복 '혜원전신첩'과 보물지정 예고 작품인 정선 '해악전신첩' 등 총 56점이 나온다.

신윤복의 작품 앞에서는 한양의 내밀한 얼굴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필치와 치밀한 화면구성에, 정선의 작품을 두고서는 독창적인 시각과 갈수록 원숙해지는 기법에 감탄하게 된다.

디자이너 이영희가 신윤복 작품 속 의상에 영감을 받아 작품화한 '오트 쿠튀르 한양'도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이번 전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 헤리티지 개발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전시는 내년 5월 24일까지.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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