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모내기기계 연구자에 베푼 '은정' 선전하며 연구성과 독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제재 타개책으로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논문을 발표하지 못하고 37년 전 숨진 농기계 공학자에게 최근 박사학위를 수여하도록 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생전 농업기계화연구소 모내는기계 연구실 실장이었던 최성호가 사후(死後) 박사학위를 받은 사연을 22일 게재했다.
신문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나간 농기계 연구사"라며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얼마 전 최성호 선생이 불치의 병으로 학위논문을 발표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요해(형편을 알아봄)하시고 그에게 공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도록 대해 같은 은정을 베풀어 주시었다"고 전했다.
이어 최성호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모임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성대하게 진행됐다며 그의 일생과 농기계 개발 업적 등을 장문에 걸쳐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최성호는 북한의 첫 모내기 기계를 연구·완성하는 데 '특출한 역할'을 했으나 논문을 집필하던 중 48세의 나이에 병으로 숨졌다.
김일성은 그가 1970년대에 개발한 모내기 기계를 직접 '대동강'호로 명명하기도 했다.
북한이 논문도 없고 이미 수십 년 전 사망한 인물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성호를 모범사례로 내세워 기림으로써 김정은 체제가 과학기술을 중시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성과를 독려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농업, 수산업 등 주민들의 실제 생활에 밀접한 분야에서 과학기술을 통한 증산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종자혁명'에서 성과를 거둔 군부대 산하 농장을 시찰하며 "과학농사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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