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프리카 '숨구멍'막혀…관계축소에 '친북' 무가베도 몰락

입력 2017-11-22 16:40   수정 2017-11-22 19:47

北, 아프리카 '숨구멍'막혀…관계축소에 '친북' 무가베도 몰락

무가베, 집권 직후부터 북한과 우호관계…北이 군사고문단·군사원조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오랫동안 북한과 교류를 이어온 아프리카 국가들이 최근 들어 속속 북한과의 관계축소에 나서는 가운데 북한의 대표적 우방인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정권까지 몰락하면서 북한의 고립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하다가 군부 쿠데타로 21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한 독재자 무가베(93) 전 대통령은 1980년 총리에 당선되며 정권을 잡은 이래 북한과 긴밀한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북한과 짐바브웨는 1980년 4월 수교한 이후 김일성 주석과 무가베 사이의 친분을 바탕으로 각 분야에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북한은 짐바브웨에 다년간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고 군사원조도 제공했다.

특히 무가베는 집권 직후인 1982년부터 수년간 반대 세력 제거를 위한 대규모 숙청작업을 벌여 2만여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냈는데, 이때 북한이 훈련한 정예부대 '5여단'을 동원했다.

미국 군사전문매체인 '브레이킹 디펜스'는 최근 짐바브웨의 쿠데타를 계기로 무가베가 권력을 유지하는 데 북한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영국 옥스퍼드 매그덜린대학의 명예 연구원인 R.W. 존슨은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무가베가 북한에서 영감을 찾고 있다고 전하면서 김일성의 연설과 글을 공부하는 짐바브웨 고위 관료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하자 짐바브웨는 그를 추모하는 위원회를 설립한 이후 매년 김일성 추모 기간을 마련했다.

또 무가베는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것을 본떠 자신의 생일에 집단무용과 군사 퍼레이드 등을 열었다.

무가베는 2010년에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한판 노아의 방주'를 선물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기린, 얼룩말, 코끼리 등 짐바브웨 황게 국립공원의 야생동물 암수 한 쌍씩을 항공기를 동원해 북한의 한 동물원으로 보내 지구 상의 동물 한 쌍씩 배에 탔다는 성서 속 '노아의 방주'를 선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제 환경단체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막판에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북한과 짐바브웨가 2009년 무기와 우라늄을 거래하는 비밀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짐바브웨 현지 매체의 보도도 나온 적이 있다.

지난 9월에는 유엔이 짐바브웨를 비롯한 11개 아프리카 국가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짐바브웨를 비롯한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랫동안 북한과 군사·경제 협력을 이어왔으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교류를 지속했다.

유엔 전문가패널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짐바브웨 등 최소 15개 아프리카 국가에 현지 지도자 동상이나 기념비 등을 수출·건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근 유엔과 미국 등의 국제사회를 향한 대북 제재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앙골라, 우간다, 수단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잇따라 북한과의 군사·경제 교류 중단이나 축소에 나서고 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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