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동결과 실험중단에 핵심자산 쓰면 비핵화 물건너가"…한반도미래포럼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과거 정부에서 북핵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던 전직 고위 외교관들이 북핵 동결을 위한 대북 협상의 맹점을 지적했다. 동결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의 중단, 보유 핵무기 및 핵물질의 현상 유지 등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 초기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을 역임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한반도미래포럼(이사장 천영우)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과의 상의 없는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은 없을 것"이라며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전쟁이 아니라 잘못된 협상을 통해 북한의 전략적 목표를 이뤄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차장은 "미국 학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추기 전에 핵을 동결해야 한다. 반대 급부를 줘야한다'는 말을 하는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 국익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잘못된 협상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며 "첫째, 비핵화가 아니면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 뒤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동결을 한다면 못할 것은 없지만 그 반대급부(대북 보상)는 동결 협상 결과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보는 나라가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6자회담 수석대표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전 수석은 "김정은은 우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확실히 보여준 다음 미국과 딜을 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단계에서 북한의 핵능력이 너무 높아서 동결은 의미가 없다"며 "핵동결과 실험 중단에 (한미 등 이해 당사국들이) 핵심 자산을 쓰면 사실상 비핵화는 물 건너간다"고 말했다.
또 "동결의 범위는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우라늄 농축시설까지를 포함해야 하는데 그 시설을 북한이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한 북한 전역을 뒤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천 전 수석은 "동결은 (이미 북한 핵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있는) 한국과 일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동결 합의가 이뤄진다면 보상은 미국이 다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미국이 핵동결 협상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며 "개인적으로 몇 년간 미국 사람들에게 '동결에 한국의 이익이 있지 않다'고 이야기했는데 한국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미국 사람들에게 거의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북핵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 전 수석은 "제재와 대화는 양자택일 관계가 아니라 제재가 임계치에 도달하면 대화로 변환된다"며 "북한이 대화에 나왔다고 해서 제재 강도를 약화시키면 북한이 나와서 이런저런 무리한 요구로 시간을 끌고 결국 대화의 동력이 줄어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조태용 전 차장은 "제재와 압박은 협상이 시작되면 더욱 강화해야 하며,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해서 제재를 늦춰주는 것은 최하책"이라고 지적한 뒤 "합의 이행을 안 하면 제재·압박을 복원하는 '스냅백'(snap back) 메커니즘이 합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조 전 차장은 "안보와 관련한 반대급부는 북한에 제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군사훈련이라는 것은 한번 중단하면 되살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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