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게재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과학자들이 50년 전 설탕 과다 섭취의 유해성을 밝혀냈지만, 업계가 돌연 지원을 중단해 연구가 중단되거나 발표되지 못했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크리스틴 컨즈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교수 등 연구진이 밝혀낸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은 설탕 섭취와 심장병 위험성 증가 간 상관관계에 논쟁이 있던 1967년 국제설탕연구재단(ISRF)의 지원으로 이를 연구하는 실험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학자들은 고설탕 식단을 섭취한 쥐의 트라이글리세라이드(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혈중 지방 성분) 수치가 녹말 성분을 먹인 쥐보다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ISRF는 실험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프로젝트 지원을 중단했고 연구결과는 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컨즈 교수는 "ISRF의 연구는 원래 혈중 트라이글리세라이드가 높을 경우 심장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것이었다"면서 당시 연구결과가 공개됐더라면 학계가 설탕이 심장병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에 훨씬 빨리 도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ISRF는 설탕 섭취가 쥐의 장관(腸管)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프로젝트 259'도 지원했지만, 역시 설탕 섭취와 방광암 발병 위험성 간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발견되자 실험 종료를 3개월 앞두고 지원을 중단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사례를 통해 현재 학계의 설탕 유해성 유무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60여년간 설탕 업계가 연구비 지원을 통해 과학적 증거를 조작한 데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컨즈 교수는 "ISRF는 1943년부터 1972년까지 3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후원했고, 이제 그 후신 재단이 연구를 지원한다"며 "논문에서 드러난 것보다 문제가 더 광범위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ISRF의 후임 격인 설탕 협회는 성명을 내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협회는 "해당 글은 실제 연구가 아니라, 거의 50여년 전 설탕 업계에 비판적인 개인과 단체의 후원을 받은 연구자들이 추측과 가설을 모아놓은 일종의 견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우리 연구 자료를 검토해 해당 연구가 끝난 세 가지 이유를 발견했다"면서 "연구가 매우 오래 지체됐고, 결과적으로 예산 범위를 넘어섰으며, 연구 지연과 조직 개편이 겹쳤다"며 연구 결과가 지원 중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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