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년 총선을 계기로 정계 전면 복귀를 노리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에게 적용된 공직 진출 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며 이탈리아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심리를 개시한다.
ECHR은 22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변호인이 참석한 가운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법정에서 이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성추문 의혹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2011년 총리직에서 사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는 이탈리아 반부패법에 따라 동시에 상원의원직을 박탈 당하고, 2019년까지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게 됐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러나 자신이 소유한 미디어그룹인 메디아세트가 받고 있는 탈세 의혹은 반부패법이 제정되기 훨씬 이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이 법을 소급 적용해 자신에게 공직 진출을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며 ECHR에 제소했다.
베를루스코니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ECHR에서 승리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국제인권법에 정통한 영국의 유명 로펌에 변호를 맡겼다.
독일의 앙겔리카 누스베르거 판사가 이끄는 ECHR의 17명의 재판관들은 이날 첫 심리를 시작으로 향후 수 개월에 걸쳐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빠르면 내년 3월, 늦어도 내년 5월 실시된 예정인 총선 전에 ECHR 판결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ECHR의 재판 방식에 비춰 최종 선고가 총선 이전에 나오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탈리아 정계는 내년 총선까지 ECHR의 판결이 나오지 않더라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우파 연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킹 메이커' 노릇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주 올린 트위터에 "내가 직접 나설 수 있으면 공격수로, 그렇지 않으면 코치로 경기장에 나설 것"이라는 글을 올려 ECHR이 언제, 어떤 판결을 하던 총선 국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그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정당 북부동맹(LN), 이탈리아형제당(FDI)으로 구성된 우파 연합은 현재 합계 지지율이 35%에 달해 각각 28%, 25%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제1야당 오성운동, 집권 민주당에 앞서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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