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전범재판소, '보스니아 집단학살' 믈라디치에 종신형 선고(종합2보)

입력 2017-11-23 01:13   수정 2017-11-23 08:56

유고전범재판소, '보스니아 집단학살' 믈라디치에 종신형 선고(종합2보)

믈라디치측 "항소하겠다"…유엔인권최고대표 "정의가 승리한 역사적 판결"




(브뤼셀 제네바 로마=연합뉴스) 김병수 이광철 현윤경 특파원 = 유엔 산하 국제 유고전범재판소(ICTY)는 22일(현지시간) 라트코 믈라디치 전 세르비아계군 사령관에 대해 옛 유고연방 보스니아 내전 당시 집단학살 등의 혐의를 인정해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AP·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믈라디치는 1995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동북부의 이슬람교도 마을 스레브레니차에서 8천여 명을 죽인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비롯해 1992~1995년 세르비아군의 잔학행위와 관련해 대량학살과 인권유린, 전쟁범죄 등 11개 항의 혐의를 받았다.

스레브레니차 학살사건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집단학살로 기록된다.

믈라디치는 이 학살사건으로 지난 1995년 ICTY에 처음 기소됐으나 16년 간 도피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1년 세르비아 당국에 체포됐으며 이후 헤이그에 있는 ICTY로 넘겨져 5년 넘게 재판받았다.


이번 선고 직후 믈라디치 아들 다르코 믈라디치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다르코는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할 변호인단의 증거 제출을 막았다"며 재판부를 비난한 뒤 "이 판결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믈라디치에 대해 종신 징역형을 구형했다.

이에 맞서 믈라디치의 변호인은 검찰이 믈라디치의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고 믈라디치는 '상징적 희생양'이라며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앞서 ICTY는 스레브레니차 학살사건과 관련해 세르비아계 정치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에 대해 징역 40년을 선고했으나 카라지치는 항소했다.

한편, 유엔은 이번 판결을 반겼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고 "정의가 승리한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 "악의 화신인 믈라디치의 처벌은 국제 사회에 정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오늘 판결은 믈라디치 같은 범죄자들이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가 될 것"이라며 "그들이 얼마나 강하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리는 그들을 법정에 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ICTY에 기소된 믈라디치를 비호하며, 도피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세르비아 당국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며,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촉구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은 누구나 예상했던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1심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과거의 눈물에 얽매이지 말고, 어떻게 하면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성명에서 "EU는 발칸지역의 모든 국가가 화해와 지역 협력, 선린 우호 관계를 위해 일할 것을 결의하고 약속한 것을 신뢰한다"면서 "발칸지역의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약속을 존중하고 지켜나감으로써 희생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법치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과 전쟁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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