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서 뛴 남매 맨손으로 받은 소방관…LG의인·소방청장상(종합)

입력 2017-11-23 14:38  

3층서 뛴 남매 맨손으로 받은 소방관…LG의인·소방청장상(종합)

정인근 소방경, 암 수술 후 복대 차고 화재현장 출동 투혼




(서울·인천=연합뉴스) 정성호 최은지 기자 = 불이 난 다세대 빌라 3층에서 뛰어내린 남매를 맨손으로 받아 구해낸 소방관이 LG의인상과 소방청장상을 품에 안았다.

LG복지재단(대표이사 구본무)은 인천 다세대주택 화재현장에서 어린 남매를 구조한 정인근 소방경(54·인천 검암119안전센터장)에게 'LG 의인상'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정 소방경은 이달 20일 오전 인천시 서구 왕길동에 있는 5층짜리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차량을 태우고 건물 전체로 번지는 가운데 건물에 있던 주민들은 유일한 출구인 빌라 가운데 계단이 불길과 연기로 막히면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 소방경과 동료 소방관들은 건물 주변을 살피던 중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건물 뒤편으로 가 3층 계단 창문으로 뛰어내리려는 주민들을 발견했다.

정 소방경은 부상을 우려해 "뛰어내리지 말라"고 한 뒤, 동료에게 사다리를 가져오라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이들이라도 먼저 구해달라"고 했고, 정 소방경은 시간이 지체되면 아이들이 연기를 마셔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한 남성에게 아이들을 밑으로 내려보내 달라고 말한 뒤, 떨어지는 아이들을 한 명씩 차례대로 받아내 구조했다.

이어 동료들과 함께 건물로 들어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8명에게 산소 공급 마스크를 씌운 뒤 안전하게 구조했다.

정 센터장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라며 "다른 소방관이 있었더라도 아이들을 받아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정 센터장은 지난달 신장암 수술을 받은 뒤 2주 만에 현장에 복귀해 당시 허리에 복대를 한 채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수술 후 채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몸보다 인명 구조를 먼저 생각한 정 소방경의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사회가 함께 격려하자는 의미에서 LG 의인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소방경은 화재현장에서 공을 세운 소방관에게 주는 소방청장상도 함께 받았다.

조종묵 소방청장은 이날 오전 인천 서구 원당 119안전센터를 방문해 정 소방경에게 직접 상을 수여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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