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버스와 트럭 등 사업용 차량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한 자동제동장치와 차로이탈경고장치 보급 사업이 어려워지게 됐다.
정부의 내년도 사업 예산이 국회 예산 심사에서 절반 수준으로 깎였기 때문이다.
23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내년도 예산 중 교통사고예방지원 사업에 171억2천500만원을 편성했으나 국회 예산결산 소위원회는 최근 이 예산을 절반인 85억원으로 감액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기존 버스나 화물차량이 비상자동제동장치(AEBS)와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등을 설치할 때 비용을 보조해주는 내용이다.
정부가 7월 발표한 버스 등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근절 대책의 핵심 내용이다.
AEBS는 졸음운전 등으로 주행 중 앞차와 간격이 충돌 직전까지 좁아지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해 멈춰 서게 해 충돌을 막거나 충돌 시 충격을 줄이는 장치다.
LDWS는 차량이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표시·진동·소리 등으로 운전자에게 알려 사고를 예방하는 장치다.
이들 장치의 비용은 AEBS는 500만원, LDWS는 50만원이다.
국토부는 내년에 버스와 화물차 등 7천500대에 LDWS를 달게 하고자 20만원씩을 보조해줄 계획이었다.
AEBS는 광역버스와 고속버스 등 버스 1천700대에 설치하기 위해 대당 125만원씩 지급하려 했다.
국회에서는 어차피 내년 1월부터 신차에는 이들 장치가 의무 장착돼 나오는 만큼 기존 차량을 지원해줄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감액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잇따른 졸음운전 사고로 국민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교통안전법 등 관련 법령을 대거 개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길이 11m가 넘는 버스 등 승합차 신차에 AEBS 장착이 의무화되고, 2019년부터는 20t을 초과하는 대형 화물차가 제작될 때도 AEBS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
LDWS는 올해 7월 버스와 화물차에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과태료가 2020년까지 유예됐다.
신차 위주의 규제가 이뤄지다 보니 사고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기존 차량에 대한 구멍이 생기게 됐고, 이를 메꾸기 위한 대책이 보조금 지급이었다.
그러나 버스나 화물차 사업자들이 차량을 교체할 때 대당 2억원이 넘는 신차보다는 중고차를 다시 구입한다는 점에서 안전장치 보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업용 차량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4년 4만8천37건에서 2015년 4만8천625건에 이어 작년 4만9천41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가 잇따르며 국민의 큰 우려를 샀다.
작년 7월 4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친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5중 추돌 사고가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 때문이었고, 올해 5월에도 평창군 영동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버스가 승합차를 들이받아 노인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 외에도 졸음운전으로 인한 버스와 화물차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예산 협의가 끝나지 않아 계속 국회를 설득 중"이라며 "내년도 안전장치 보급에 차질이 없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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